
부동산 경기 악화에 악성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악성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시평 58위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해양조선건설(83위) 등이 차례대로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부도 건설사도 증가 추세다. 2021년 부도 건설사는 12곳이었지만, 2022년 14곳, 2023년 21곳, 2024년 30곳으로 늘었다.
악성 미분양 주택 증가는 건설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건설사의 원활한 자금 회수를 막기 때문이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 역시 지난 2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건설 업계는 악성 미분양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전국 2만3722가구다. 전년 동기 1만1867가구 대비 99.9% 증가했다. 전월 2만2872가구와 비교하면 6.1% 늘었다. 2013년 9월 2만4667가구를 기록한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가구는 1만9179가구로 전국 악성 미분양의 80.8%는 지방에서 나왔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3067가구로 가장 많았다. 경북이 2502가구, 경남이 2459가구, 전남이 2401가구를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자 정부는 해결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CR리츠가 악성 미분양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LH는 지방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앞서 LH는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주택 시장이 침체했던 2009년에도 미분양 주택 2163가구를 7045억원을 들여 사들인 바 있다.
CR리츠는 LH 매입과 달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악성 미분양 주택을 구입해 임대로 운영한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현재 JB자산운용이 설립한 1호 CR리츠가 지난 23일 467억원의 자금을 모집해 대구 수성구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 288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다만 공적 영역에서 LH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은 전국에서 생기는데 LH가 일부 지역만 매입하다 보니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다른 도시공사와 협의해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R리츠의 수익 추구 성격상 미분양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CR리츠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라며 “CR리츠를 운영하는 입장이면 돈을 벌 수 있는 주택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잘 팔릴 것 같은 것만 선택 매입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악성 미분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악성 미분양은 심각한 문제”라며 “주택 구입 시 취득세 완화나 세금 완화 등을 해주면 애초에 악성 미분양 자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