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법조계에서는 형량 판단과 헌법 해석, 공직선거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쟁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 심리에 관여한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에서는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에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봤다. 백현동 용도변경에 대해서도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토대로 다시 형량을 정하게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상실하고 당선 무효가 된다. 현재로서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한 만큼 파기환송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형 확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형이 확정될 경우 헌법 제84조의 해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금지하고 있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의 형 집행이나 공직 박탈 여부까지 포함되는지는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선 이후 선고가 나게 될 경우 헌법 제84조 논란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가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법원은 어느 시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정치적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2심이 이 후보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선 “거짓말을 허용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마치 거짓말을 자유롭게 하는 걸 허용하는 게 정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기존에는 ‘명백한 허위’임을 입증하는 것이 까다로웠으나, 이번 대법 판례는 정치인의 해명성 발언도 허위사실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표현의 자유와 선거법 적용 간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고법은 이 후보에 대한 사건을 배당받고 파기환송심 재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고법의 사무 분담에 따라 형사6부의 대리부인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형 확정까지는 수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향후 정치 일정과 재판이 맞물릴 경우 파장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대법원 선고 직후 이 후보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며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