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첫 전기·가스요금 기로…엇갈린 셈법 속 민심 따라 동결하나

‘李 정부’ 첫 전기·가스요금 기로…엇갈린 셈법 속 민심 따라 동결하나

- 연료비조정단가 논의, 3분기 공공요금 20일쯤 가닥
- “민생 부담” 사실상 동결 기조, 산업용도 이미 폭등
- 한전·가스공사 부채 ‘딜레마’…“인상 가능성 제한적”

기사승인 2025-06-12 06:00:08
주택가에 설치된 계량기.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전력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조만간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3분기(7~9월) 연료비조정단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와 협의한 뒤, 오는 20일쯤 인상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통상 짝수 달 말에 결정되는 가스요금도 이달 말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연료비조정요금의 계산 기준이 되는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의 유연탄·LNG 등 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책정된다.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앞서 전력당국은 한전의 재무위기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해 10월24일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한 바 있다. 다만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시설에 쓰이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물가와 민생 부담을 고려해 동결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높아진 에너지 요금을 전기료에 반영하지 못한 한전의 총부채는 지난해 기준 200조9000억원, 부채비율은 480%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효율화,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올 1분기 포함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실질적인 부채 축소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열쇠’인 셈이다. 

동결 기조 유력…산업용 전기요금도 더는 인상 어려워

통상 새 정부 출범 초기 공공요금이 대부분 동결 기조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재명 정부 역시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 유세 기간 “전기요금이 지금도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올려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국내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 당장 전기요금에 손대기가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권 초반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의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추가 인상은 부담이라는 분위기다. 홀로 인상돼 온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1년 kWh(킬로와트시)당 105.5원에서 지난해 168.2원으로 59.4% 급등한 상태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직접 구매하는 전력직접구매(직접PPA)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줄인상이 오히려 한전의 수익성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상 환경도 좋지 않은 데다, 원가의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마저 급등하면서 제조업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재정 상황도 인지하고 있으나 업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적절한 조정 및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스요금도 동결 가능성…유가 하락도 변수

난방비인 가스요금 역시 동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수기에 해당하는 여름철 인상이 통상적이었지만, 올해는 14조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가스요금 미수금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와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공공요금 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 시기였던 3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이달 초 배럴당 65달러 선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 부담이 강조되는 시기엔 전반적으로 공공요금 인상 단행에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새 정부 출범 직후 전기요금 변화가 나타날 여지가 많지 않아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동결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단 여름을 지나야 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 인상이 4분기에 집중된 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