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김충현 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를 둘러싼 경찰의 압수수색과 노동당국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양 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 결과 발표를 앞두고, 새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경영평가 체계 전면 재검토 및 기준 개정 요구가 확산되면서, 향후 ‘안전’ 항목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평가위원회(공운위)는 오는 20일까지 87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평 결과를 의결·발표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매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기관의 경영목표·실적을 평가해 S~E등급 등 총 6개 등급을 부여한다. 평가 항목으로는 실적·재무와 더불어 안전·윤리·상생협력 등 사회적 책임을 평가한다.
다만 올해 평가(2024년도분) 발표를 며칠 앞두고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경평 재검토 및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경평은 구성이나 지침 모두 윤석열 정부 체계 아래 이뤄진 것으로, 새 정부 방향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관한 ‘사회적 가치구현’ 항목의 명칭을 ‘사회적 책임’으로 변경하고 배점도 최대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대신 공기업 업무효율화의 일환으로 ‘재무성과 관리’ 항목 배점을 늘렸다.
집권 여당의 이러한 주장은 최근 발생한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고 김충현씨 사망사고로 당위성을 얻고 있다. 김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3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기계공작실에서 홀로 기계 점검작업을 하다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원청 서부발전의 1차 정비 하청업체인 한전KPS의 재하청을 받은 2차 하청업체(한국파워O&M)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사고 초기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김씨에게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김씨와 한전KPS 담당자와의 작업 관련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되고, 김씨가 홀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당국이 중대재해처벌법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태안화력발전소는 약 7년 전인 2018년 12월,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고 김용균씨가 변을 당한 곳과 동일한 곳이다. 이와 관련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이 도입되고 2인1조 작업을 준수하도록 했지만 협소한 대상에다 실제 적용도 무너져 왔다”며 “공기업 경평에서 안전 항목의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절반으로 깎았고, 2점 중에 산업재해 분야는 0.5점에 불과해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 전체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 반복 사고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경평 항목 개정은 기정사실화…내년 안전 평가항목 등 ‘철퇴’ 예상
경평이 그 해 임직원 성과급 규모나 기관장 거취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발표를 사흘 남긴 현 시점, 현실적으로 올해 경평에 대한 재검토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법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 중이며 현재 재검토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 측에서 지속적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태안화력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수사 및 처벌을 당부한 만큼 내년 경평(2025년도분)과 관련된 평가항목 개정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재부를 포함한 정부는 내달부터 경평 지침 수정작업에 착수해 이르면 9~10월 중 새 방침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안전 항목을 중심으로 배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 경평(2023년도분)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을 획득한 서부발전과, 가장 높은 등급인 우수(A등급)를 획득한 한전KPS는 내년 있을 평가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공운위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에 대해 기관장 경고 조치 및 컨설팅·개선계획 제출 등을 받고 있다.
개정 후엔 내년 평가에서 더욱 강화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에게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정복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5대 경영목표 중 하나로 안전 최우선 경영 지속을 꼽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조사 및 엄벌과 더불어 경평에서도 안전 항목에 대한 기준을 높여 공기업의 안전관리 대책이 전면 검토되고 강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