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실험, 이대론 안 된다” 은행권서 우려 솔솔

“디지털화폐 실험, 이대론 안 된다” 은행권서 우려 솔솔

기사승인 2025-06-26 06:00:05
쿠키뉴스가 25일 입수한 ‘한국은행 관련 업무 현안’ 자료 중 일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사업, 이른바 ‘한강 프로젝트’가 연말 목표인 2단계 실거래 테스트를 앞두고 난관에 직면했다. 참여 은행사들 사이에서 “상용화 계획, 예산 분담, 운영 체계 등이 미비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26일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24일 이창용 한은 총재와 18개 시중은행장이 참석한 간담회에 앞서 ‘한국은행 관련 업무 현안’ 보고서를 전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현재 1차 테스트는 적극 협조 중이지만, 후속 테스트 관련 한국은행과 이견이 존재해 조율 중”이라며 “단순히 기존 테스트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2단계 실험 범위 확대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1단계 실험에 참여한 6개 은행은 전산 시스템 구축과 마케팅 등에 평균 50억원, 최대 60억원 가까이 자체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사마다 최소 수십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2단계 실험에는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간 송금, 추가 가맹처 발굴 등으로 테스트 범위가 확대되면 이상거래 감지(FDS), 의심거래보고(STR) 시스템 등 정책 요건을 새로 충족해야 한다. 추가 전산 개발과 예산 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강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단계는 1단계보다 개발 난이도가 높고, 인력이나 시간 등 내부 자원 투입이 더 많이 요구된다”며 “시기적으로도 부담이 큰 만큼, 이대로는 안 되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고서 역시 “후속 테스트에 필요한 추가 전산 개발과 사업 예산 집행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TF 운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체계 정립이 요구된다. 보고서에서 은행권은 “실거래 테스트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한은과 은행의 모든 유관 부서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상용화까지 포함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 현실적인 일정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 비정기적으로 논의가 오가는 수준”이라며 “의사결정을 위한 정례 회의나 구조화된 협의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강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애초 1단계 테스트를 지난해 말 시작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4월에서야 지각 출발했다. 이 역시 혼란스러운 협의 구조 탓이었다는 것이 은행권의 중론이다. 

다만 이번 상황이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해당 프로젝트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은행권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이견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잘 해보자’는 분위기이고, 한은과의 관계도 마찰보다는 조율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