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이 외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를 비롯한 해외 유력 언론사는 물론 영국 가디언도 관련 정책 사업의 일환인 ‘서울마음편의점’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 등 선진국은 고독부 장관을 신설하며 외로움 문제에 일찍이 대응해 왔지만, 서울시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감정적 지지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데 주목했다.
1인 가구와 외로움 사이의 연관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혼자 사는 시민 62.1%가 외롭다고 답했으며 사회적 고립 비율 또한 13.6%를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의 공식 학술지(PHWR)에 실린 연구 논문에서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 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이 일종의 사회적 전염병으로 자리 잡는 와중에도,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의 1인 가구는 총 162만7480가구로 전국 대비 20.8%를 기록해 경기(21.9%)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해 기준 충북 인구(약 162만7000명)와 비슷한 규모의 시민들이 서울에서 혼자 살게 된 셈이다. 이는 직전 연도(156만4187가구)보다 6만3293가구 늘어난 수치로, 2019~2023년 5년간 증가폭만 32만7000가구를 웃돌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외로움과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대책 ‘외로움 없는 서울’을 발표했다. 이른바 ‘외없서’ 사업은 고립의 정도를 단계별로 정의해 외로움·고립·은둔·고독사 등 각각의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고립예방센터가 총괄 지원을 담당하며 자치구·동주민센터 복지기관 등이 초기 접촉을 맡는다.
시는 고립·은둔 가구 발굴과 지원에 집중하면서도 ‘외로움’ 단계에 놓인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외로움안녕120’과 ‘365 서울챌린지’, ‘서울마음편의점’ 등 세 사업 모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세계 언론도 이 점에 주목했다. 특히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서울마음편의점에 대해 “형식적인 서비스에서는 놓칠 수도 있는 진정한 인간적 연결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 또한 서울마음편의점을 비롯해 24시간 무료 상담을 진행 중인 외로움안녕120을 조명한 바 있다.
서울시만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영국은 지난 2018년부터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고독부 장관’을 임명해 관련 데이터 수집과 외로움 전략 마련 등을 맡겨 왔다. 코로나19로 국가 봉쇄가 시작될 무렵에는 외로움 해결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기도 했다. 다만 민간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는 관리만 맡아 서비스의 질 통제가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 또한 2021년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설치하고 담당 장관을 임명해 외로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은둔형 외톨이의 원형인 ‘히키코모리’를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며 교육·취업·사회적 자립에 초점을 뒀다. 이에 당사자들의 필요성과 내면적 케어보다 외면적 지표와 물질적 인프라 구축에 몰두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외없서는 공공이 주도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감정적 지지를 제공하기 위해 각종 생활 밀착형 사업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내년에 좀 더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도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고립감의 정도가 각기 다르고 원인도 상당히 다양하다”며 “상황을 파악해 당사자에게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