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대부업으로 ‘우르르’…벼랑 끝 취약차주

대출 막히자 대부업으로 ‘우르르’…벼랑 끝 취약차주

6·27 규제 후 대부업 대출신청 85% 폭증
대출승인율 12.8%…직전 평균대비 3.7%p ↓

기사승인 2025-07-29 06:00:05
유희태 기자. 


6·27 가계부채 대책 시행 한 달여 만에 대출 증가세가 꺾였다. 하지만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총량 규제 여파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대부업 등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6.27 가계부채 대책 시행 한달 여 만에 과열됐던 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 1일~17일 사이 5대 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약 2조5845억원 증가했다. 이 속도라면 7월 한달 간 증가폭은 5조원 안팎으로, 지난달(6조7536억원) 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주요 지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과열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주간 가격 상승폭은 지난달 넷째 주 0.4%에서 이달 셋째 주 0.16%로 떨어졌다. 당국은 단기 과열 차단이라는 목표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수요자의 자금줄이 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당국과 은행권의 깐깐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면, 실수요자라도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은행권은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 인상, 우대금리 축소, 대출모집인 접수 제한 등 공급 억제에 나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대출 증가 폭을 제한해야 하는 만큼, 가계대출이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대부업체 신용대출 신청한 차주들의 신용점수 분포.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쏠림 현상도 뚜렷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40.0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담대는 942.8점, 신용대출은 934.6점에 달했다. 사실상 신용점수 930점 이상이 돼야 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제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고신용자들은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가 5월3주차(5월12~18일)와 6월3주차(6월16~22일)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금액을 비교한 결과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금액이 약 64% 급증했고, 건수도 36% 늘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 시행 이후(6월28일~7월11일) 저축은행 상위 10곳과 카드사 8곳의 일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6·27 규제 시행 후 3만2건이다. 규제 이전(3만4508건) 대비 약 13%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승인율은 24%에서 19%로 하락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반면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하루 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6월30일~7월11일)는 3875건에서 7201건으로 85% 급증했다. 반면 승인율은 16.5%에서 12.8%로 하락했다. 신청자 중 95%가 신용점수 700점 이하였으며, 42.9%는 300점대의 최저 등급이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기존에 1·2금융권을 통해 생계자금을 조달하던 일부 저신용자들이 대출 문턱에 막혀 대부업체로 넘어오는 경우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업은 구조적으로 소액·단기 대출 위주인데, 최근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아 수요가 몰려도 이를 모두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업체들도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승인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의 대출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포용 금융 강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25일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 측은 “총량목표 감축 과정에서 서민과 실수요자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며 “정부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