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콩벌레에 극소량 존재하는 '치매·파킨슨 치료제' 합성 성공

[쿠키과학] 콩벌레에 극소량 존재하는 '치매·파킨슨 치료제' 합성 성공

KAIST, 콩벌레 공생 곰팡이에 극미량 존재 ‘허포트리콘 A,B,C‘ 세계 최초 합성
복잡한 다중고리 구조 천연물 수소결합 설계로 화학합성 성공
신경퇴행성 뇌질환 약물 개발 기대

기사승인 2025-07-31 16:24:26
허포트리콘 천연물 생성 모식도. KAIST

KAIST 화학과 한순규 교수팀이 콩벌레와 공생하는 곰팡이에서 발견된 천연 항신경염증물질 ‘허포트리콘(herpotrichone) A, B, C’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허포트리콘은 뇌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이 뛰어나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물질은 뇌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항신경염증 효과가 매우 우수하고, 최근에는 철분 매개 세포사멸(ferroptosis)을 억제해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기전까지 확인되면서 뇌 질환 치료용 약물로써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허포트리콘 천연물은 콩벌레와 공생하는 ‘허포트리시아 sp. SF09’에서 극미량으로 만들어진다. 

허포트리콘은 자연계에서 보고된 적 없는 6각형 4개와 3각형 1개로 구성된 6/6/6/6/3의 독특한 고리구조를 갖고 있어 구조적 특이성과 약리학적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천연물이다.

이 같은 복잡한 구조적 특성으로 합성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천연물 관련 약리활성 연구는 극소량의 자연 추출물에 의존했다.

연구팀은 자연계에서 허포트리콘이 생합성되는 과정에 착안, 화학적으로 합성을 구현하는 방법을 모색, ‘딜스-알더(Diels–Alder) 반응’을 고안했다.

이 반응은 두 개의 퍼즐 조각이 맞물려 하나의 고리를 만들듯 탄소 기반 파트너끼리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 육각고리구조를 형성하는 반응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분자 간 약한 끌어당김인 수소결합을 설계하고 섬세하게 조절해 반응이 원하는 방향과 위치에서만 일어나도록 정교하게 유도함으로써 허포트리콘 A, B, C를 정확하게 생성했다.

특히 허포트리콘을 만들기 위한 분자재료인 ‘델리트파이론(delitpyrone) C’와 ‘에폭시퀴놀 단량체(epoxyquinol monomer)’가 어떤 구조에서 핵심 수소결합이 가능한지 정밀 분석했다. 

이를 통해 유도한 수소결합으로 반응분자들이 정확한 위치로 다가가고 이상적인 전이상태를 거쳐 허포트리콘 C를 합하고, 이 원리를 허포트리콘 A와 B에도 적용했다.

허포트리콘 A,B,C의 수소결합 기반 핵심합성 전략. KAIST

연구팀은 딜스-알더 반응 과정에서 자연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분자구조를 함께 만들었고, 이 중에는 우수한 약리 활성을 갖는 신규 천연물이 포함돼 합성을 통해 천연물을 예측할 수 있는 결과도 얻었다.

실제 연구팀은 2019년에 허포트리콘 A와 B를 발견하고 이들의 구조를 밝힌 해외 논문을 바탕으로 이들 천연물의 합성연구를 진행, 그 과정에서 원치 않던 특정 부산물이 계속 얻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천연물 허포트리콘 C를 발견했고, 이는 연구팀이 과거 얻었던 부산물과 일치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퇴행성 신경질환 관련 약리활성을 갖는 자연계 희귀 천연물을 최초로 합성해 복잡 천연물의 생체모방 합성원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며 “복잡 천연물의 반응설계 원리를 새롭게 제시해 천연물 기반 항신경염증 치료제 개발과 해당 천연물군의 생합성 연구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이유진 석박사통합과정이 제1저자로 수행했고, 연구결과는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게재됐다. 
(논문명 : Total Synthesis of (+)-Herpotrichones A–C /DOI: 10.1021/jacs.5c05061)

(왼쪽부터)이유진 석박사통합과정(제1저자), 김태완 석박사통합과정(제2저자), 한순규 교수(교신저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