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시술관광, 외국인 7조 썼지만 정부는 뒷걸음 [뷰티따라 한국②]

K-뷰티 시술관광, 외국인 7조 썼지만 정부는 뒷걸음 [뷰티따라 한국②]

피부·성형 시술 받으며 관광 즐기는 외국인 급증…의료관광 지출 7조 돌파
정부, 내년 외국인 성형 부가세 환급 폐지…업계 “수요 역행하는 정책”

기사승인 2025-08-09 06:00:07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 성형외과 간판이 줄지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피부·성형 시술과 관광을 함께 즐기려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이런 의료관광 수요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미용 목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130만~1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와 그 동반자가 국내에서 지출한 의료관광 소비 규모는 총 7조5039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기조는 오히려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부가세 환급 특례’를 올해 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외국인 환자가 국내 의료기관에서 성형수술을 받을 경우 납부한 부가세 10%를 돌려주는 제도로, 지난 2016년부터 시행돼 K-뷰티 의료관광의 주요 유인책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오는 2026년부터는 이 환급 혜택이 사라질 예정이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선 명확한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되레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명동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다나카 유이(29)씨는 “주변에 피부 시술을 받으러 한국에 가려는 친구들이 많을 정도로 관심은 큰데, 정작 병원이나 관광을 함께 소개하는 상품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며 “유명한 데 비해 의료관광 패키지 같은 건 생각보다 많이 홍보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 거리에 관광객이 오가고 있다. 심하연 기자

업계에서는 산업 간 연계 부족도 한계로 지목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늘었지만, 병원·화장품 브랜드·관광 콘텐츠가 여전히 각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민간 플랫폼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의료관광 패키지를 구성하거나, 피부과·한방·스파 등 웰니스 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다. 시술 예약과 숙박, 픽업, 통역까지 포함한 구성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민간 협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 올리브영과 공동으로 외국인 대상 쇼핑 관광 프로모션을 운영했고, 의료관광 플랫폼 ‘강남언니’와 협업해 일본인 관광객 대상 K-뷰티 여행 캠페인도 진행했다. 공사는 오는 2026년부터는 ‘코리아 뷰티 페스티벌’을 직접 주관해 B2B·B2C를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의료·관광·소비를 유기적으로 묶는 구조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성형이나 피부시술은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이를 관광 콘텐츠처럼 홍보하거나 연계하기에는 법적·윤리적 부담이 따른다.

명동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피부 시술은 간단해 보여도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인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를 체험처럼 안내하거나 관광과 직접 연계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병원이 특정 브랜드나 관광 콘텐츠와 연결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업계에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수요에 대응하려면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기반으로 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인바운드 관광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하지만, 이제는 수요 규모가 커진 만큼 민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규제나 기반 인프라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이 그 안에서 유연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 플랫폼 관계자 역시 “다국어 통합 안내 시스템이나 시술별 정보 큐레이션 플랫폼 등 기본 인프라를 공공에서 구축해준다면, 병원·숙소·브랜드가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공공 차원의 ‘K-뷰티 관광 통합 웹사이트’를 통해 병원 후기, 추천 시술, 회복 숙소, 면세점 혜택 등을 일괄 제공하고, 민간 플랫폼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약·결제까지 연계하는 구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와 관광을 결합한 콘텐츠가 향후 K-팝이나 K-드라마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