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과거 반복 말고 새로운 길 개척해야…‘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2권 출간

실패한 과거 반복 말고 새로운 길 개척해야…‘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2권 출간

기사승인 2025-08-11 09:56:29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엮음. 노병렬, 이창위, 심규상, 로버트 E 켈리, 이대한, 안드레이 란코프, 리소테츠, 김흥규, 딜런 모틴, 이백순, 임명수, 정한용, 최연혁 지음. 초판 1쇄 발행 2025년 8월20일. 신국판(152*225) 무선 제본. 429쪽. 블루앤노트. 

“운전자는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통해 지나온 궤적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냉전사 연구를 주도한 역사학자 존 루이스 개디스(John Lewis Gaddis)는 자신의 저서 ‘역사의 풍경(The Landscape of History)’에서 과거로부터 교훈이 중요한 이유를 이 같이 서술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 굳이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지난 한 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총서 제1권 머리말을 출판사에 제출하고 다시 제2권의 머리말을 제출하기까지 한 달 남짓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이 기간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사건 관련 뉴스를 접하며 떠오른 질문들을 아래에 제시하니 독자들이 스스로 교훈을 찾아가길 바란다.

지난 6월13일 갑자기 시작된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과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위기가 재점화됐다.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고 텔아비브 도심 한복판에 내리꽂히는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만약 저 미사일에 전술핵탄두가 탑재되었다면 종심(縱深)이 지극히 짧은 이스라엘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은 지난 4월10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한국정치학회와 ‘트럼프 2.0 시대 한국의 자체 핵무장 옵션과 여론’이라는 주제로 발표자만 14명이 되는 대규모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때 발표된 논문 중 하나는 미국 민주주의와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관한 것으로, 한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주목할 만한 발견은 미국 민주주의 후퇴는 확장억제 신뢰성 저하와 큰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민주주의 회복탄력성만 믿고 있어도 되는 걸까.

지난 7월15일 ‘동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이중 핵 위협(A Rising Nuclear Double Threat in East Asia)’이라는 워게임 보고서가 국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이 보고서는 두 가지 상황을 상정했다. 하나는 북한의 서해 도발이 확전되면서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했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대만침공 시점에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했을 때다.

보고서는 두 가지 상황 모두에서 핵전쟁을 우려한 미국이 북한에 핵보복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곧이어 주한미군을 1만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글로벌 군사 태세’라는 보고서가 기사화됐다. 이 보고서 핵심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신속히 투입될 수 있어야 하며, 중국과 북한의 선제타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한미군을 감축해서 일본이나 괌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총서 시리즈 제1권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 당위성과 추진 전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2권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2: 국제사회 설득과 초당적 협력’은 이러한 실마리를 토대로 국가 ‘안’과 ‘밖’을 설득할 전략을 논의한다. 12장에서 노병렬은 핵무장에 대한 경제제재 강도와 기간이 핵무장을 시도한 국가마다 상이했음을 발견하고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13장에서 이창위는 핵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는 방식이 아닌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의거 사정변경을 명분 삼아 ‘이행정지’를 하는 방식으로 핵무장을 시도하면 국제사회 경제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4·15장에서 심규상은 각각 한국 핵자강에 반대하거나 우호적인 해외 전문가들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설득해야 하는 대상과 연대해야 할 대상을 식별하고 있다. 16·17장에서 켈리(Robert Kelly), 이대한, 란코프(Andrei Lankov)는 미국 설득 방안을, 18장에서 리소테츠(李相哲)는 일본 설득 방안을, 19장에서 김흥규는 중국 설득 방안을, 20장에서 란코프는 러시아 설득 방안을, 21장에서 모틴(Dylan Motin)은 영국과 프랑스 설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2장에서 이백순은 핵무장한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기여를 논의한다. 23장에서 심규상은 한국의 여러 기관이 수행한 핵무장 여론조사를 비교, 추적하고 있다. 24장에서 임명수는 한국의 핵자강에 반대하는 국내 전문가들의 주장을 분석하면서 그들의 주장이 상황변화에 맞지 않게 정체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25장에서 정한용은 한국의 핵무장을 위한 전략과 리더십의 사례로 프랑스의 드골(Charles de Gaulle) 대통령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6장에서 최연혁은 초당적 협력을 위한 정치공조 모델로서 북유럽국가를 소개하고 있다.

영국 역사학자인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혁명적 변화는 반드시 주변부로부터 온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서 2권에 담긴 저자들 주장 역시 한때 한국사회에서 터부시되던 주변부 소수담론에 불과했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은 “이제 이 담론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설득력을 얻으며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기존 안보담론을 대체할 중심부 주류담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책을 손에 든 독자, 전문가, 당국자, 학자, 학생들은 곧 주류담론을 이끌어갈 새로운 선도 집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