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마주 앉는다. 이 대통령 취임 82일 만의 첫 대면이다. 회담장에서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 같은 외교 수사가 오갈 테지만, 경제 현장에서는 훨씬 계산적인 셈법이 돌아간다.
이번 회담에서는 앞서 타결된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국방비 증액과 같은 외교·안보 현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양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협상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2000억달러는 반도체·원전·2차전지·바이오에 투입된다.
관세 외에도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전기차·배터리 보조금을 자국과 우방국 중심으로 제한하고, 반도체법으로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며, 첨단기술 수출 규제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표면적 명분은 친환경과 안보지만, 실제 목적은 자국 산업 보호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현지 공장 건설과 투자라는 값비싼 ‘입장료’를 내고 있다. 이번 회담이 그 가격표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쪽에서는 중국이 조용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에서 보조금과 내수시장을 무기로 급성장한 중국 기업들은 기술과 가격에서 한국을 압박한다. 미국이 벽을 높이는 동안, 중국은 틈새를 파고들어 점유율을 넓혀간다. ‘내 것 지키기’에 나선 미국, ‘내 것 키우기’에 속도를 내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더 답답한 건 발밑이다.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예고까지. 해외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을 풀어 키우는 동안, 우리는 규제의 올가미를 조인다.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할 기업들이, 정작 국내에서 숨 고를 틈조차 없다.
이번 한미회담은 삼중 압박에 놓인 한국 기업들에겐 한숨 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맹’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질 때, 기업들은 대외 경쟁과 국내 규제의 이중 부담에도 버틸 여력을 얻는다. 이번 회담이 그 출발점이 된다면, 위기 속에서도 산업의 활로를 찾는 계기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