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의료현장…“의료진 피로 줄이고 환자 안전 높인다”

AI가 바꾸는 의료현장…“의료진 피로 줄이고 환자 안전 높인다”

환자 53% ‘전문의 진료 대기 경험’
의료진 90% ‘AI로 조기 개입 통한 생명 구제 가능’
“디지털 혁신, 의료 질 높이고 의료비 절감하는 투자”

기사승인 2025-08-27 12:28:27
최낙훈 필립스코리아 대표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대현 기자

국내 의료 현장이 진료 지연과 행정 비효율로 업무 로딩이 길어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분석과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 의료 현장에 자리 잡는다면 환자·병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필립스코리아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미래건강지수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6개국 1926명(한국 100명)의 의료 전문가와 1만6144명(한국 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이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환자 53%는 병원에서 전문의 진료 대기를 경험했으며, 평균 대기 시간은 40일에 달했다. 의료진도 행정 비효율로 환자 진료에 부담을 겪고 있다. 의료 전문가 91%는 ‘불안전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환자 데이터 문제로 인해 임상 시간이 낭비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51%)은 교대 근무 당 45분 이상, 의료진 1인당 연간 4주 이상의 근무 시간이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불편과 의료진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는 AI가 제시됐다. 의료 전문가들은 AI를 올바르게 구현하면 (복수응답) △환자 진료 수용성 확대(92%) △대기 시간 단축(91%)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의료 개입(89%) △반복성 작업의 자동화(85%) 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또 예방 의료에 AI를 적용할 경우 (복수응답) △조기 개입을 통한 생명 구제(90%) △급성 또는 응급 의료 처치 감소(86%) △병원 입원율 감소(84%)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헬스케어 AI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 정도는 격차를 보였다. 국내 의료진의 85%는 AI가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환자의 긍정 응답 비율은 60%에 그쳤다. 부정적 이유로 환자들은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의사와의 대면 시간이 줄어들 것’(46%)을 걱정했다. 의료진은 ‘AI 오류 발생 시 법적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점’(74%)을 우려했다. 의료진은 AI로 인한 환자 피해를 막고 신뢰 구축을 위해 ‘AI 활용법 및 제한 사항에 대한 명확한 지침’(39%)과 ‘AI 활용 관련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36%)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낙훈 필립스코리아 대표는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의료진은 여전히 행정 업무와 불완전한 데이터 관리로 진료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며 “이런 비효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AI 등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지만, 기술 도입만큼 신뢰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AI는 단독 기술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통합된 솔루션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장은 의료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병원 실증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 AI 솔루션을 도입해 환자 만족도가 향상되고 의료진의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개원 초기부터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AI 흉부·유방 엑스레이 판독 보조 시스템 △디지털 병리 시스템 △실시간 감염자 추적 시스템 △환자 생체 신호 기반의 자동 알림 시스템 △생성형 AI 기반 의무기록 요약 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디지털 혁신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투자”라며 “스마트병원은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를 줄이고 환자 안전과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기반 진단 솔루션이 비급여 수가로 지정되더라도 복잡한 환자 동의 절차와 EMR 시스템 연동 비용 등으로 병원 현장에선 도입이 쉽지 않다”며 “AI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