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벤처기업 '다중전략'으로 위기 돌파해야 [기고]

경남 벤처기업 '다중전략'으로 위기 돌파해야 [기고]

김대권 경남벤처기업협회 회장·삼영엠아이텍 대표이사

기사승인 2025-09-01 10:15:36 업데이트 2025-09-01 19:17:12
김대권 경남벤처기업협회 회장·삼영엠아이텍 대표이사

2년 전 고금리·고물가·공급망 불안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 환경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친환경, ESG로 대표되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모든 기업의 전략을 재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다중 위기 속에서 혁신벤처가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단편적인 기술 개발을 넘어, 기술·시장·자본·인재·환경을 동시에 관리하는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여섯 가지 핵심 과제로 정리하고, 경남에서의 성공 사례와 함께 향후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중 무역 갈등과 주요 지역 분쟁은 반도체, 배터리, 핵심 원자재 수급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안정적 공급망 확보 없이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국내 대체 공급선 발굴, 동남아·중동·유럽 등으로의 해외 거점 다변화, 그리고 AI 기반 공급망 예측 시스템 도입은 필수 과제다. 창원에 본사를 둔 한 방산부품 제조업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공급망이 불안해지자, 불가리아·폴란드 현지 조립라인을 신속히 가동해 납기 지연을 최소화했다. 이 결정이 신규 계약 30% 확대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등은 이미 산업 구조를 뒤바꾸고 있다. 기존 사업에 AI와 IoT를 접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매출의 일정 비율을 R&D에 재투자해야 한다. 특허·데이터 등 지적재산(IP)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 경쟁력의 열쇠다. 경남의 한 NDT(비파괴검사) 전문기업은 AI 기반 결함 자동 판독 솔루션을 개발, 검사 속도를 40% 단축시키고 인력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이 기술은 SMR(소형모듈원전) 건설 프로젝트에도 적용되며 글로벌 수출길을 열고 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글로벌 RE100, 한국의 ESG 공시 의무화 확대는 벤처기업에도 적용된다.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친환경 설비 투자와 ESG 인증 확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김해 소재 한 기계부품 업체는 태양광 발전설비와 에너지 저장장치를 공장에 도입, 전력 비용을 25% 절감하고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 유럽 바이어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벤처기업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지자체 지원제도와 세제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M&A·합작법인(JV)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재무 전략이 필요하다. 진주에 위치한 한 전기차 부품 스타트업은 해외 VC 투자유치와 동시에 국내 대기업과 JV를 설립해 개발비와 생산 리스크를 절반으로 줄였다.

중국 시장 둔화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기존 수출 전략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도, 아세안, 중동은 인구 구조와 산업 성장성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현지 맞춤형 제품·서비스 개발, 파트너십 체결,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글로벌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마산의 한 방산 전자부품 제조사는 UAE의 국방 전시회에 맞춰 현지 요구 사양에 맞는 경량 부품을 개발, 3년간 5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따냈다.

청년 인구 감소와 기술 인력 유출은 벤처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YB클럽과 같은 청년 네트워크를 통한 리쿠르팅, 사내 벤처·사내 창업 프로그램, 유연근무제와 같은 MZ세대 친화적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 확보는 향후 10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함안의 한 로봇 스타트업은 인턴십을 통해 채용된 20~30대 청년 엔지니어가 신제품 개발을 주도하면서,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3배 성장했다.

이러한 다중 전략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역별 산업 특화 클러스터 지원이 필요하다. 경남은 방산·조선·원전·항공·기계 등 주력 산업에 특화된 혁신벤처 지원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의 기술·서비스 발주에서 혁신벤처 우대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주요 신흥시장(인도, 아세안, 중동)에 경남벤처 전용 비즈니스 거점을 설치, 현지 마케팅과 규제 대응을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ESG 설비 투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복합형 자금 지원 제도도 절실하다. 

2025년의 혁신벤처는 한두 가지 강점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여섯 가지 과제 를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다중 전선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벤처인들 간의 도전과 협력이야말로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경남벤처기업협회는 앞으로도 회원사와 함께 기술 혁신, 시장 개척, 인재 육성의 길을 걸으며, 위기의 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바꿀 수 있도록 협회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경남의 혁신벤처가 글로벌 무대에 도전과 협력으로 미래를 열기 위한 그 날까지 우리는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