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ODM 넘고 AI 자회사 삼켰다…뷰티 2막은 ‘테크 전쟁’

코스맥스, ODM 넘고 AI 자회사 삼켰다…뷰티 2막은 ‘테크 전쟁’

코스맥스, AI 피부진단 자회사 ‘아트랩’ 흡수합병
업계 “데이터·맞춤형 솔루션이 K-뷰티 새 먹거리”

기사승인 2025-09-04 06:00:08

업계가 뷰티테크를 새로운 차별화 전략으로 삼는 가운데,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자회사 아트랩을 흡수합병하며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디바이스 중심의 혁신이 K-뷰티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ODM 기업까지 변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지난해 인수한 AI 피부 진단 솔루션 기업 아트랩을 합병하기로 했다. 코스맥스는 아트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합병은 신주 발행 없이 코스맥스가 존속회사로 남는 방식이다. 

합병은 16일 주주확정기준일을 시작으로 11월4일 합병기일, 11월6일 합병등기까지 마무리된다. 소규모합병 절차가 적용돼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은 없으며, 다만 전체 주식의 20% 이상을 가진 주주가 반대하면 절차가 중단된다.

아트랩은 2019년 설립돼 AI 기반 피부 진단과 맞춤형 화장품 솔루션을 개발해왔으며, 서울대병원 등과 협력해 30종 이상의 피부 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코스맥스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기술력과 데이터 자산을 본사 체계에 직접 흡수하며 맞춤형 화장품 제도 및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코스맥스는 이번 합병이 단순한 조직 효율화를 넘어, 고객사를 위한 생산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지난해 아트랩 인수 당시부터 맞춤형 화장품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생산 전반에 걸쳐 혁신을 추진해왔다”며 “신제품 개발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맞도록 자동화 로봇 설비와 AI가 결합한 생산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맥스는 미래 화장품 시장의 한 축을 맞춤형 화장품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한다기보다는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맞춤형 화장품 생산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사와 협업하는 방식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아트랩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합병이 단기 재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스맥스는 “AI 혁신 조직에서 개발한 기술이 장기적으로 ODM과 OBM 사업 전반에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뷰티업계 전반에서도 기술 내재화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에이피알을 비롯한 국내 뷰티테크 기업들이 앞장서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뉴뷰티(New Beauty) 이노베이션 챌린지’를 열어 AI·데이터, 뷰티 디바이스, 바이오 소재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유망 기업에는 지분 투자와 글로벌 유통망 연계, 정부 지원 프로그램 추천까지 제공하며 차세대 기술 발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ODM 기업까지 뷰티테크 경쟁에 가세하면서 산업 전반의 혁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가 워낙 많아 단순 제품만으로는 차별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능과 가격이 비슷한 제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경험이 브랜드를 구분 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업계가 AI·디바이스, 맞춤형 솔루션 같은 테크 영역으로 확장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