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에서 태어난 K-푸드 아이콘, 바나나맛우유의 50년 [K-푸드 DNA]

달항아리에서 태어난 K-푸드 아이콘, 바나나맛우유의 50년 [K-푸드 DNA]

기사승인 2025-09-05 11:00:08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빙그레 제공

“우유를 마시자”라는 정부의 장려 정책이 한창이던 1974년. 노란 단지에 ‘바나나우유’라고 적힌 낯선 음료 하나가 시장이 등장했다. 1970년대 당시 귀한 과일 ‘바나나’는 한국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바나나라는 이름만으로도 특별했던 이 음료는 세대를 건너 이어지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현대인의 식탁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바나나맛우유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는 데엔 독특한 용기가 한몫했다. 1973년 빙그레 연구원들은 새로운 우유 패키지를 고민하다 도자기 박람회에서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마주한다. 

“달이 왜 여기 있지?”라는 탄성은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둥글넓적한 항아리의 선은 그대로 노란 단지에 옮겨졌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단지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의 변함없는 상징이자,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의 얼굴이 됐다. 

두 개의 플라스틱 부품을 맞대어 회전시켜 붙이는 독특한 제작 방식은 지금도 빙그레만 만들 수 있는 ‘전매 특허’다. 

빙그레 관계자는 “(용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제작됐다”며 “한국적 정서를 담은 동시에 반투명의 배불뚝이 모양 용기 덕분에 단지우유, 뚱바 등의 별명도 갖게 됐고, 바나나맛우유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바나나맛우유 패키지. ‘단지, 50년의 이야기’ 발췌

인기 아이콘은 곧 숫자로 증명된다. 바나나맛우유는 하루 평균 100만개 팔리며, 지금까지 팔린 누적 판매량만 95억개에 달한다. 연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했고, 빙그레가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가공유 시장 점유율은 80%다. 그야말로 ‘국민 음료’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과언이 아니다. 

바나나맛우유의 이름은 처음부터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는 ‘바나나향우유’로 불릴 뻔했지만, 법규 개정으로 결국 ‘바나나맛우유’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2009년 과즙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되자 빙그레는 실제 바나나즙을 넣는 선택을 했다. 덕분에 ‘바나나맛우유’라는 이름은 브랜드 정체성과 함께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나나맛우유는 한 가지 맛만 머물지 않았다. 2003년에는 딸기맛우유를 선보이며 소비층을 넓혔고, 이후 메로나맛·고구마맛 등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잔망루피 등 캐릭터 협업을 통한 한정판 에디션은 MZ세대의 호응을 이끌며 화제가 됐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브랜드의 힘은 꾸준히 새로운 맛과 문화를 입히며 세대를 이어가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바나나맛우유 활약은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홍콩, 캐나다 등 3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단지형 용기 그대로 수출해 ‘짝퉁’을 피하고 정품 이미지를 강화했다. 짧은 유통기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테트라팩 버전도 내놓으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를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이자 스테디셀러”라며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신제품 출시, 마케팅 활동 등 다양한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