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격에도 국제유가 잠잠…하방 압력 기조 속 정유업계 영향은

이스라엘 공격에도 국제유가 잠잠…하방 압력 기조 속 정유업계 영향은

-트럼프 압박, OPEC+ 증산 결정에 대체로 하방 기조
-국제유가 너무 떨어져도, 너무 올라도 우려…정제마진 유지 핵심
-“복합적 문제”…중국 감산 및 구조조정에 긍정 영향 전망도

기사승인 2025-09-10 16:35:41 업데이트 2025-09-10 16:46:13
뉴멕시코주 리빙턴 근처 원유 펌프 잭.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머무른 하마스 지도부를 공격했음에도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제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결정에 따라 한동안 국제유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국내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9일(현지시간)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59% 상승한 배럴당 62.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1월물 브렌트유 역시 0.56% 상승한 66.39달러에 마감했다. 

전반적으로 상승 마감했으나, 이날 오후 이스라엘이 도하에 머물고 있는 하마스 고위급 인사를 노린 공습을 단행한 소식에 비하면 매우 적은 상승폭이었다. 통상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국제유가는 큰 상승폭을 보인다.

실제로 국제유가에 대한 거시적인 하방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오는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을 증산하는 데 합의했다. 앞서 6월과 7월 각각 41만1000배럴, 8월과 9월 각각 55만5000배럴과 비교하면 증산 규모가 작지만, 공급과잉 속에서도 증산 기조를 유지하는 데다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OPEC+는 지난 4월부터 9월 사이 단계적 증산으로 2023년 시행했던 3차 감산분(일일 220만배럴)을 모두 되돌렸다. 이번 결정으로 10월부터는 2023년 4월 시행된 2차 감산 조치(일일 165만배럴)도 본격 해제가 시작됐다.

이 같은 OPEC+의 증산 기조는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려는 목적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기인한 조치로 해석된다. 화력발전 및 원전을 주창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가까이 떨어졌고 곧 그 수준을 밑돌 것”이라며 연일 산유국에 증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김유미 키움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향후 원유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전망되면서 하락세에 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할리바 광구. 한국석유공사 제공 

국내 정유업계는 이러한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줄어들지만, 반대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상존한다. 시차가 발생하는 업종 특성상, 재고자산의 시가가 매입 시점 가격을 밑돌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국제유가 하락이 수요 위축과 맞물릴 경우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유·수송 등 제반비용을 뺀 값) 또한 떨어질 우려가 있다. 업계 이익 지표로 알려져 있는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3.2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밑돌다가, 2분기 5.6달러로 기저효과 등에 따라 상승 국면을 띠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업계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떨어져도, 또 지나치게 상승해도 리스크를 동반한다”면서 “특히 경기 둔화 시기에는 정제마진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향후 공급 물량, 글로벌 경기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의 감산 및 화학설비 구조조정 등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이 기대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가 안정화 기대감 속 중국의 공급 조정으로 국내 정유·화학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며 “중국 공급 조정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여전히 낮아 한국 업계 영향(주가 등)은 불투명하지만, 10월 중국의 구조조정 관련 실행 방안이 발표되면 점진적으로 바닥을 확인하고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제마진의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인지가 핵심인 가운데, 올 상반기까지 국내 정유업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S-OIL, SK에너지(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상반기(1~2분기) 합산 영업손실액은 1조308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년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 2조338억원에 비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