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 대한 환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어르신 심장질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현재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결정에 있어 환자들의 고민이 큰 상황”이라며 “심장내과에서는 수술의 장점을 강조하고, 흉부외과에선 시술에 대한 설명만 듣는 경우도 많다. 수술과 시술의 장·단점에 대해 균형 있는 정보 접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못하는 질환이다. 증상이 발생할 경우 기대여명이 3년 미만에 불과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생존률이 50%에 불과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수술적 치료인 SAVR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으나, 지난 2011년 비수술적 치료인 TAVI 시술이 국내에 도입됐다. TAVI 시술은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 대신 넓적다리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유도 철사를 넣어 인조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TAVI 시술은 소요시간이 2~3시간 내외이며, 입원기간도 3일 정도로 짧아 환자가 빠르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법이 도입됐지만, 제한적인 보험 급여 기준과 까다로운 시행 조건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수술적 치료법이 도입됐지만, 제한적인 보험 급여 기준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TAVI 시술은 2022년부터 80세 이상 고령층과 수술 고위험군에 한해 본인 부담금 5%인 150만원만 부담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외의 환자는 보험급여를 세분화해 적용한다. △수술 연관 사망 예측률이 4~8%인 중간 위험도군은 50% 선별 급여(환자 부담 1500만원) △수술 사망 예측률 4% 미만인 저위험도군은 본인 부담 80%의 선별 급여(환자 부담 2400만원)를 적용받는다. 금전적 부담이 시술에 대한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TAVI 시술 시행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다. 수술 시행 전 심장내과 2명, 흉부외과 2명, 마취통증의학과 1명, 영상의학과 1명 이상의 전문의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에서 TAVI 시술에 대해 6명의 전문의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2·3차 회의를 거쳐도 전원 일치 판정이 나오지 않으면 심초음파 전문의가 치료 방법을 직권 결정할 수 있다.
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치료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인 탓에 환자들이 선호하는 치료법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안 대표는 “심장통합진료팀에서 치료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참여할 수 없다”며 “환자들은 치료법의 편익이나 위험을 균형 있게 듣고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탓에 개흉수술이 두려워 TAVI 보험 적용이 되는 80세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다. TAVI 시술을 할 수 없다고 결정이 난 경우, 시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 떠도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중위험군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급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입장”이라며 “제도 개선 논의 과정에서 환자의 선택권 보장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대한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금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기준실장은 “TAVI 시술에 대한 급여 적용 이후에도 연령 제한 완화, 수술 승인 기간 확대, 심장종합팀 운영에 대한 자율성 부여, 환자·보호자의 참여 기준 개선, 상대가치점수에 대한 적정 보상 등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면서 “정부도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유효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급여 기준에 대한 개선 검토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도 “전문가 판단을 존중하면서 환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면서 “급여 대상 여부와 선별급여 환자 부담률 등의 조정 여부에 대한 추가 검토 기간이 도래하고 있는 만큼, 현장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