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공사비 분쟁이 발생해도 이를 공식적으로 중재할 기관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 벽적골 두산‧우성‧한신 리모델링 조합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 5월 벽적골 두산‧우성‧한신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돼 공사비 5858억원을 제안했다. 지난 4월 대우건설은 조합에 7827억원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약 2000억원 높은 인상분에 대해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수원 벽적골 두산‧우성‧한신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공사비 인상 근거가 되는 물량 내역서와 상세 견적서를 요청했지만, A4용지 4장 분량만 제출하며 자세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며 “항목별로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증액됐는지 구체적인 리스트를 받아야 조합도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공사비 증가에 대한 상세 내역서 및 설명 자료, 공사도급본계약서(안), 마감재리스트 상세 자료 등 조합이 요청하는 대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에서 4~5차례 추가 보완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할 수 있는 한 성실히 보완해 회신했다”고 반박했다.
리모델링 공사비 갈등, 중재 기관 부재
리모델링의 경우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할 공식 기관이 없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공사비가 상승할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사비 검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리모델링은 도정법이 아닌 ‘주택법’적용을 받아 검증 대상이 아니다. 더불어 재건축‧재개발은 공사비 검증이 완료되더라도 다시 공사비가 3% 이상 인상될 경우 추가적인 공사비 검증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공사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파트 리모델링 3.3㎡(평)당 평균 공사비는 890만원으로 3년 전(593만4000원) 대비 약 50% 증가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구조를 살리는 방식이라 재건축과 달리 일반 분양 물량이 적어 공사비가 높은 편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서울시가 조정‧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가를 파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었지만, 리모델링까지 확대 적용했다. 코디네이터는 도시계획·건축, 도시정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와 갈등이 격화되면서 시공사가 공사 중지를 예고하자 서울시가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한 바 있다.
리모델링 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정부도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9‧7 부동산 대책에 리모델링 제도 개선을 방안을 포함했다. 해당 방안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공사비가 증가할 경우(예 3~10%) 조합이 전문 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대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비가 인상돼도 이를 확인하거나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조합이 직접 전문 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할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리모델링 사업에서 갈등을 줄이려면 빠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리모델링의 경우 공사비 증액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합의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재건축‧재개발처럼 조합과 시공사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분쟁 조정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