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고공행진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 간 눈치 싸움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와 증시 진입을 앞둔 대기자금이 크게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또한 급증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이달 들어 7.13% 급등했다. 아울러 16일에는 장중 역대 최고가인 3452.50를 달성하기도 했다.
코스피 상승세에도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의 추가 상승과 조정 가능성을 고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지난 15일 기준 74조7643억원에 달했다. 이는 유동성 장세를 보인 지난 2022년 1월27일 기록된 75조1100억원 이후 사상 최고치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의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한다.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하는 만큼, 증시 유입 가능성이 높은 대기자금으로 간주돼서다.
여기에 더해 머니마켓펀드(MMF)도 같은 기간 설정원본 기준 225조9988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 상반기말 집계된 200조7689억원 대비 12.56% 급증한 수준이다. MMF는 만기가 짧고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단기 운용 수단이다. 투자자예탁금과 동일하게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평가받는다.
외국인도 ‘바이 코리아’포지션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7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해당 기간 합산 순매수 규모는 5조9980억원에 달한다. 7거래일 가운데 순매수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10일(1조3817억원), 12일(1조4355억원), 16일(1조7032억원) 등 3일에 달한다.
반면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잔고는 이달 12일 기준 11조6262억원으로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시점인 지난 3월31일(3조9156억원) 이후 196.92% 급증했다. 올 상반기말 기록된 8조6726억원과 비교해도 34.05% 늘었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매도한 다음 주가가 내리면 저가에 다시 매수하는 매매 전략을 말한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투자자가 빌려온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수량이다. 해당 잔고가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공매도 선행지표인 대차거래 잔고도 지난 16일 기준 105조314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상반기말 93조5605억원에서 12.56% 증가한 규모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간 뒤 아직 갚지 않는 물량이다. 통상 대차잔고가 늘어나면 공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장 경계심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면서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 요인으로 하락 전환을 예상하는 판단을 내린 투자자가 늘어난 여파로 보인다”면서 “다만 공매도는 과거 지수 상승 구간에서 함께 늘어난 사례가 있어 고점을 우려한 요인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투자자들을 고려한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기반한 모멘텀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규모 급증에도 코스피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진단한다. 외국인 추가 유입 기대감이 하단 지지선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3400선을 돌파하면서 과거 역사상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에 진입했다. 과거 신고가 장세와 달리 개인이 대규모 순매도세에 나서는 반면, 외국인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라며 “이같은 외국인 주도의 수급 장은 국내 증시가 아직 FOMO 현상이 심각하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추후에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라며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연속 순매수세가 출현했음에도, 연초 이후 누적 금액은 약 2조2000억원 순매도 상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국인의 추가적인 순매수 여력이 잔존해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