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국회 앞에서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금감원 직원들이 18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과 국회 사이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산은 앞 차도는 검은색 상의를 입고 빨간 띠를 두른 직원들로 가득 찼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금감원 직원 1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금융소비자원 분리 결사 반대’, ‘금감원 독립성 보장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직원들이 국회 앞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당시 금융감독기구 개정 반대 집회 이후 17년 만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그럴싸한 구호이자 껍데기”라며 “실상은 기관장 자리를 나눠먹기 위한 금감원 해체이며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목줄을 채워 금융감독을 금융정책에 더 예속시키려는 획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소원 분리와 관련해서는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인위적으로 분절하여 금융소비자 보호를 약화시킨다”며 “불필요한 사회적·경제적 비용만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공공지정을 두고는 “금융감독이 재정경제부의 경기활성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1990년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금융감독체계로 돌아가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1997년 IMF는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된 금융감독체계를 지적한 바 있다. IMF는 정부에 운영과 예산의 자율성을 가진 통합감독기구 설치를 요구했고, 이는 현재의 금감원이 출범한 배경이 됐다.
비대위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금감원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국회와 이찬진 금감원장에 대한 요구사항을 밝혔다. 비대위는 “인사청문 대상자에 금감원장을 추가하고, 국회에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제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더욱 두터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금감원 업무 전반에 있어 뼈를 깎는 쇄신 방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과 김재섭 의원도 참석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에 목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기재부 권한을 축소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엉뚱하게 금감원을 해체·분리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이는 금감원을 정부 치하에 두려는 신(新) 관치시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래 정부의 조직개편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금감원을 대하는 이재명 정부의 태도에는 그 어떤 명분도 없다”며 “코스피 5000을 이야기하는 이재명 정부가 금감원을 이렇게 대해서야 되겠냐”며 비판했다.
한 금감원 직원은 집회에 참석한 심정을 묻자 “사익이나 정치적 이유가 아닌, 오직 공익을 위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금소원 분리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어서 역행하는 조치임을 알리고 싶다”며 “이번 시위로 국민들이 금감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왜 중요한지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된 법안 처리가 본회의를 통과하는 25일까지 금감원 장내 반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법적 절차 준수를 위해 천천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보섭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늘의 외침이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 결정자 분들에게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