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신청 시 1인당 매년 10만달러(약 1억 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H-1B 비자 관련 정책을 개편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동시에 100만 달러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빠르게 취득할 수 있는 ‘골드카드’ 제도도 신설했다.
H-1B 비자는 기술 분야 중심으로 전문직 해외 인재 고용에 활용돼 온 제도다. 추천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H-1B 비자는 현재 신청 수수료가 약 1000달러(약 14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금액이 100배인 10만달러로 대폭 인상된다. 더구나 이 수수료는 1인당 연간 부과되는 것으로, 비자 체류 기간 매년 같은 금액을 내고 갱신해야 한다. 그동안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이 H-1B 제도를 적극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기업이) 누군가를 교육하려면 전국 명문 대학 중 한 곳을 졸업한 신입생을 교육해야 한다. 미국인을 교육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갈 사람들을 더 이상 데려오지 말라”고 말했다.
외신은 이번 방침의 배경에 H-1B 비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인도 등 출신 근로자들이 H-1B을 활용,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에 취업하면서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사 현장에서 한국 근로자 300여 명이 비자 문제로 구금된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이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발표된 조치라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대미 파견 근로자들에 대해 H-1B와는 별도 대응책을 마련하면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수 있지만, 외국인 기술 인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만큼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골드카드’ 제도도 함께 발표했다. 개인이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신속히 받을 수 있고, 기업이 200만달러(약 28억원)를 내면 직원에게 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500만달러(약 70억원) 규모의 ‘플래티넘 카드’ 도입도 예고됐다. 플래티넘 카드는 500만달러를 납부하면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 없이 연간 270일 미국 체류가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