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홍보장으로 돌변한 천안흥타령춤축제

기업 홍보장으로 돌변한 천안흥타령춤축제

농협 홍보동영상, 행사장 전광판 ‘점령’
하나은행은 직원 동원해 판촉 열 올려
“후원금 받고 축제장 내놨나” 시민 비판
지평막걸리, 천안막걸리 제치고 부스

기사승인 2025-09-25 22:58:25 업데이트 2025-09-25 23:27:16
천안흥타령춤축제 실내테니스장 앞 전광판(왼쪽)이 쉴새없이 농협 홍보동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유관순체육관 앞 야외무대(오른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진=조한필 기자

천안흥타령춤축제가 기업 홍보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전광판과 행사장을 축제후원금을 낸 금융기관이 ‘점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5일 유관순체육관 앞 야외무대와 실내테니스장 입구의 전광판은 쉼 없이 농협 홍보동영상을 내보내고 있었다. 또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한 하나은행과 지평막걸리는 자사 어플 설치를 권하며 관람객 발길을 잡고 있다. 

농협 천안시지부는 지난 9일 성공기원 후원금 2000만원을 천안시에 기부했다. 이에 대한 천안시 보답일까. 25일 오후 6시 국제춤대회가 취소된 야외무대 전광판은 이후 내내 농협 홍보 동영상을 송출했다. 농협 동영상은 2분 10초 동안 농협의 각종 사업과 브랜드 위상을 홍보하며 고객상품을 소개했다. 비교적 긴 시간으로 농협 활동상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뒤따라 ‘구색갖추기용’ 흥타령춤축제 홍보동영상이 이어졌다.

천안흥타령춤축제 후원금 1000만원을 낸 하나은행이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25일 많은 직원(왼쪽 녹색옷)을 동원해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하나은행 어플 설치 때 제공되는 사은품.  

지난 11일 후원금 1000만원을 낸 하나은행도 ‘특혜’를 받았다. 이 은행은 행사장 길목 좋은 자리에 부스를 마련하고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녹색 은행 가디건을 입은 많은 직원들이 나와 관람객 발길을 잡고 은행 어플 설치를 권했다. 어플을 설치하면 “선물팡팡 이벤트 혜택을 받는다”며 캔티슈·핸드크림 등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2년 전 천안에 막걸리 공장을 차린 지평막걸리도 홍보 특혜를 받았다. 막걸리 시음을 위해선 자사 어플 설치가 기본이다. 한 시민은 “천안시가 지역 고유 막걸리를 제쳐놓고, 외지(경기도) 막걸리에게 축제장을 내준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지평막걸리 판촉행사장 모습(왼쪽). 자사 어플을 설치해야 막걸리 시음이 가능함을 알리고 있다(오른쪽).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