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진, 서비스 정신 ‘보스’ [쿠키인터뷰]

조우진, 서비스 정신 ‘보스’ [쿠키인터뷰]

영화 ‘보스’ 주연 조우진 인터뷰

기사승인 2025-09-26 12:23:59 업데이트 2025-09-26 16:00:36
배우 조우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경주마처럼 달려왔죠. ‘제 메뉴판을 만들어서 많은 분께 골라 보세요’ 하기 위해 다작 했던 것 같아요. 서비스 정신에 입각한 거죠(웃음).”

26일 오전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조우진(46)은 여전히 바빠 보였다. 이번에는 영화 ‘보스’를 명절 밥상으로 차려낸 그는 “‘이렇게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한 달이 또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이렇게 홍보할 수 있고 많은 분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벅차고 귀하다”고 말했다.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이다. 10월3일 개봉한다.

조우진이 ‘보스’에 합류한 배경에는 영화 ‘하얼빈’이 있다. 독립투사들의 이야기인 ‘하얼빈’에서 김상현을 연기하며 피폐해진 찰나, 귀여운 조폭물 ‘보스’로 리프레시를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두 작품 모두 제작사가 하이브미디어코프라는 점도 한몫했다.

“환기가 필요했어요. 곡기도 끊고 온갖 결핍에 둘러싸인 채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마음도 많이 망가졌고요. 그럴 때 ‘보스’를 만난 거죠. 뻔하지 않은 발상이잖아요. 모든 것들이 우리가 봤던 조폭 영화들과 달라요. 인물들은 다 사랑스럽고요. 이 작품을 하면 내가 쏟았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극중 조우진은 차기 보스 0순위지만 중식당 미미루로 전국구 평정을 꿈꾸는 순태 역을 맡았다. 설정부터 코믹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연극 무대에 설 당시 마음가짐을 소환했단다.

“웃기려고 하면 실패해요. ‘라이어’, ‘룸넘버13’ 등 히트한 연극을 보면 얼토당토않은 위기에 빠진 주인공들이 땀 흘리고 괴로워하는데 관객들은 배꼽 잡고 웃잖아요. 그때를 떠올리게 됐어요. 내가 캐릭터의 진정성을 쫓아온 만큼 이 점을 잃지 않고, 뭐든 진지하게 해야 보는 사람들을 울고 웃기겠다고 다시 깨달았죠.”

중식은 여경래 셰프, 박은영 셰프에게 배웠다. 조우진은 “농구를 마이클 조던한테 배운 것과 똑같다”고 두 셰프를 치켜세우며 감사를 표했다. 

“제가 기본부터 배워도 될까 할 정도로 대가시잖아요. 그런데 모든 업종이 그렇듯 요리도 기초에 충실해야 하더라고요. 세프님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수십 년 동안 해오셨고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최대한 시간 내서 면치기도 배웠고, 그야말로 물, 불 가리지 않는 요리니까 다 다루는 법을 배우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브레이크 타임 때 가야 했는데, 그분들은 쉬셔야 할 시간에 저를 사사해 주신 거죠.”

배우 조우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보스’는 액션도 독특했다. 특히 선득한 피가 낭자해야 할 것 같은 하이라이트 격투신은 철저히 웃음에 집중한 모양새였다. 일례로 조폭물에서 흔하디흔한 칼이 등장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무기로 쓰이진 않는다. 준비 과정 역시 다른 액션 영화와는 달랐다는 전언이다.

“무술팀에서 까만 양복을 입고 주고받던 합을 그대로 짜서 보여주고, 이를 기본적으로 장착한 다음에 아이디어를 하나씩 집어넣었어요. (정)경호 씨, (박)지환 씨도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요. 성룡 영화 액션을 보면 진짜 옆에 있는 거 다 활용하잖아요. 그런 점을 차용했던 것 같아요. 헬멧도 준비해 오셨길래 헤딩하면서 막는 액션도 만들어보자고 했고, 그러면서 몸을 날려보자고 하셨어요. 이 장면은 ‘우리 영화, 이런 영화입니다’ 하는 정체성이고요.” 

촬영은 끝났지만 홍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예능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물론, 추석 연휴 무대 인사도 남아 있다. 이 역시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서 기인한 것일 터다. “저라는 배우에게 친근함이 느껴져야 영화에도 친근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또 영화 시장이 안 좋으니까 뭐라도 해보고 나중에 후회해 보자 싶었어요. (홍보 관련) 첫 회의 때부터 저는 지금부터 ‘노’(No)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현재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홍보도 병행 중인 조우진은 벌써 몸무게 8㎏이 빠졌단다. ‘하얼빈’, ‘보스’, ‘사마귀’ 모두 같은 해에 공개된 작품이지만 다양한 체격의 그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의도하고 빼는 것도 어려운데, ‘우리 영화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각오만 가지고 임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사마귀’ 때가 82㎏였고, ‘보스’는 (‘하얼빈’ 이후) 59㎏부터 시작했어요. 원래 몸무게는 72㎏이고요. 두 작품이 같은 기간에 나올 줄은 상상을 못 했죠.”

확실히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사람이다. 조우진은 강표 역 정경호, 판호 역 박지환을 “정말 사랑하는 보물”이라고 표현했다. 

“원래 그런 얘기 잘 안 하는데 인간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자극도 많이 돼줬고 위안도 됐어요. 의문점이 가득할 때도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서로 고민을 나누고 장면을 만드니까 당연히 정이 들더라고요. 개봉 전에 파이팅하자고 문자 보내면서 사랑한다고 고백했거든요(웃음). 같이 살지 않지만 이제 가족 같아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