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의약품 품절 문제의 상당수는 동일 성분 대체의약품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도매상 플랫폼 바로팜으로부터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일선 약국에서 품절 신고가 1000회 이상 접수된 72개 제품의 공급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2024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이들 의약품의 요양기관 공급량·사용량과 수급 대비 사용량을 분석했다.
수급 대비 사용량을 추산한 결과 엔시드8시간이알서방정(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 심발타캡슐(둘룩세틴 성분의 정신신경용제) 등 일부 품목은 공급량보다 의료기관 사용량이 더 많아 대표적인 공급 불안정 제품으로 분류됐다. 특히 심발타캡슐은 올해 2분기 기준 공급량 대비 사용량이 17배에 달해 품귀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심발타캡슐과 동일 성분·동일 제형의 다른 품목까지 포함해 수급 대비 사용량을 계산하면 수요와 공급이 거의 일치해, 실제로는 품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의 상품명 위주 처방 관행이 의약품 품절 사태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심발타캡슐은 우울증·불안장애, 섬유근육통 등 정신건강의학과, 내과, 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널리 쓰이는 의약품”이라며 “다른 이름의 둘룩세틴 성분 의약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만 상품명 처방 관행으로 인해 환자들이 불편함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성분의 약이 있음에도 제품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을 줄여야 한다”며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동일 성분 대체조제를 더 쉽게 할 수 있다면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신고 의존 행정과 현장 현실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한 정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바로팜을 통해 수급 불안정이 접수된 의약품 72개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품목은 7개(약 10%)에 불과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급 부족으로 신고된 제품은 단 2개뿐이었다. 이에 따라 식약처와 심평원 등 의약품 담당 부처가 공급 불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을 병행해 국민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심평원이 실시간으로 의약품 유통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음에도 공급 부족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약사 신고를 기다리는 소극적 행정을 벗어나 정부가 직접 수급량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름이 다르지만 같은 약들을 활용하면 의약품 수급 불균형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가 확인됐다”며 “정부가 동일 성분 사용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의 불편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