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 타고 심화하는 출력제어, ESS 중요도 높아져
가을로 접어들며 냉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전력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전력 과잉’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처럼 불규칙한 전력 수급 상황에서는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이 커지는데, 그 해법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ESS(에너지저장장치)다.
이번 추석 연휴와 같이 장기간 휴일이 이어질 경우 전력 수요가 불규칙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아 ESS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약 10일간의 연휴 동안 산업용 전력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가정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 과잉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홍근기 고려대 교수는 “추석 연휴와 같이 산업 전력망은 줄고 가정용 전력망이 꽉 차게 되는 경우, 갑작스러운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과전류로 고장과 블랙아웃이 일어날 여지가 커진다”며 “기존 발전소 방식으로는 수요 변동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높아지는 필요성에 발맞춰 정부도 ESS 설비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는 수요량보다 전기가 많이 생산됐을 때 이를 우선 충전해뒀다가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하는 일종의 ‘전기 저수지’다. 정부는 지난 2월 육지와 제주에 총 540㎿ 규모 ESS를 도입하는 내용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전남과 제주에서 8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이들 업체들은 지역 인근 변전소 부지에 내년 말까지 ESS를 구축할 예정이다.

불안한 ESS 리튬 이온, LFP가 대안 될까
정부 지원 확대 속에서도 ESS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국내 ESS의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화재 위험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 8월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동국제강 포항공장 내 ESS센터 전기실에서 화재가 났는데, 해당 설비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수천 개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는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캠퍼스 데이터센터에서 ESS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6월까지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총 55건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는 “LFP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며 “LFP는 서지 전압을 흡수할 수 있어 ESS에 장착 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LFP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 전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엘앤에프는 대구 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2026년 하반기 양산 목표를 세웠다. LG화학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는 중국산 LFP 배터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산 LFP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산 LFP 경쟁력을 확보해 이를 따라잡는 것이 업계의 과제”라며 “중국산 LFP를 따라잡기 위해선 정부의 꾸준한 지원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