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주요 동력인 AI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역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 사이에서 적절한 환경 관련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현재 60GW(기가와트) 수준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해 현재의 약 3배에 달하는 171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역시 2030년까지 현재의 2배 이상인 약 945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4대 IT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만 올해 약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전년 대비 67.4% 증가할 예정이다.
동시에 이들 4개사의 지역 기반(location-based, 재생에너지 구매 실적 반영 전) 스코프2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5년 497만톤에서 2023년 2511만톤으로 8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이 데이터센터 배출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센터의 증가가 곧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결론이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및 기업 투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역시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해외 주요 기업 대비 국내 기업의 환경 지표의 정확성, 공개 투명성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달 공개한 ‘AI 시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방안: 국내 기업의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LG CNS·삼성SDS·SK브로드밴드 등 5개 기업의 지난해 지역 기반 스코프2 총배출량은 99만톤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구매량은 크게 늘지 않아, 시장 기반(재생에너지 구매 실적 반영 후) 스코프2 배출량은 95만톤으로 비슷했다.
특히 녹색전환연구소는 네이버·카카오의 경우 지역 기반 스코프2 데이터센터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각각 50.8%, 99.4% 증가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미국 주요 기업이 10여 년 전부터 지역 기반과 시장 기반 배출량을 분리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지역 기반 대비 시장 기반 스코프2 배출은 2.6%, 애플은 0.27%에 불과하다”면서 “시장 기반 배출량의 제로(zero)화가 환경 영향을 완전히 지운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업이 재생에너지 구매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관점에선 이들이 한참 앞서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환경영향평가…속도전과 탄소중립 사이 ‘간소화’ 핵심
AI 데이터센터의 환경 지표와 더불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의 환경영향평가 역시 고민 대상 중 하나다.
환경영향평가는 시설 건립 시 예상되는 환경 피해(온실가스, 오염물질, 소음, 일조권 등)를 사전에 분석·평가해 주민·지역사회와 상생 및 조율 방안을 모색해가는 절차다. 주요 공공시설 유치 절차의 필수 사항이지만 최소 3년 이상의 평가 기간은 물론, 이 과정에서 주민·지역사회 반대로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 기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7월 ‘AI 행동계획’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평가 면제 규정을 추가하며 파격 지원에 나섰다. 연방정부의 인허가 조율 프로그램인 패스트41을 주요 AI 인프라 사업에 적용해 인허가 속도를 기존 대비 18개월 이상 단축하고, 까다로운 수질 보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약식 허가 제도를 적용하는 등 내용이 골자다.
우리나라는 경기 용인시에 들어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환경영향평가 사전컨설팅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반도체 부문에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의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 건립 측면에서 좁은 국토·수도권 편중 등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사업에 적용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축소한다거나 생략하는 것은 지역사회는 물론 탄소중립의 관점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면서 “다만 이러한 인허가의 불필요한 장기화를 줄일 수 있도록 간소화된 절차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