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지난 9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 개선명령을 3건 중 1건꼴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선 지시는 외면한 채 임원 성과급과 업무추진비에 수십억 원을 쏟아부은 정황도 확인됐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최대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음저협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개선명령 411건 중 125건(30.4%)을 이행하지 않았다.
불이행 125건을 살펴보면 아예 조치하지 않은 건이 38건에 달했다. ‘시정’이나 ‘권고’ 유형에 따라 각각 6개월의 조처 기간이 주어지지만, 이를 넘겨 아직도 진행 중인 건은 80건이었고, 기한 내 일부만 이행한 경우도 7건이었다.
다른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들과 비교해도 불이행 건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음악산업협회는 동 기간 216건 중 17건(7.8%)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는 같은 기간 55건 중 8건(14.5%)을 이행하지 않았다. 음저협의 건수가 최대 7배 많다.
문체부는 매년 신탁관리단체를 점검하며 사용료 징수·분배, 조직 운영, 회계·자금 관리 등을 들여다보고 필요시 개선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음저협은 △임원 보수 투명 공개 △과다 수당 제한 △성과급 제도 재검토 △출장비·업무추진비 시정 등 핵심 지시를 외면해 왔다.
실제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음저협은 지난해 회장에게 보수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3억430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 3월에는 연 보수를 1억9300만원으로 정해 종전보다 79% 인상했지만, 인상 기준이나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보수 투명 공개’ 시정명령을 사실상 무시한 셈이다.
비상임이사 회의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인당 평균 3000만원, 많게는 4870만원이 지급됐지만, 상한선을 두라는 문체부의 지시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 밖에도 위원회 운영 전문성 제고, 회원 증원 통한 대표성 확보 등의 시정명령 사항도 수년째 답보 상태다. 특히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은 2016년부터 10년 가까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에 대해 음저협이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해 온 셈이다.
이기헌 의원은 “음저협은 장기간 문체부의 업무 개선명령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 임원 보수 과다 지급, 방만한 예산 운용, 비민주적 조직 운영 등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예방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만큼,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에 대한 감독·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음저협 고위 직원 2명에 대해 차명 법인을 이용해 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