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세대 청년들 사이에서 ‘밥상머리 정치 대화’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여야 정쟁과 가짜 뉴스가 일상화되면서 가족 모임 자리에서조차 정치 이야기가 갈등과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30 청년층은 긴 연휴 동안 가족 간 정치 관련 대화로 인한 갈등과 피로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자리에서 덕담 대신 고성이 오가거나, 청년 세대에 대한 훈계가 반복되는 상황이 청년층의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지영(31)씨는 “출근길에 뉴스를 챙겨 보지만 매일 싸우기만 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며 “명절 때마다 정치 얘기가 나오면 어른들끼리 언성이 높아져 불편하다. 결국 세대 차이, 지역 갈등, 정치 성향 때문에 대화는 싸움으로 끝난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조 모(29)씨는 이번 추석 가족 모임에선 아예 정치 얘기를 차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에 원래 관심이 없는데, 친척들이 ‘요즘 MZ세대는 나라 돌아가는 데 무관심하다’고 훈계한다”며 “그럴 때마다 피로감이 쌓여 대화 자체를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를 보면 여야가 서로 하는 말이 너무 달라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냉소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유튜브·SNS에 퍼지는 가짜 뉴스가 가족 간 정치 대화를 갈등의 장으로 만든다고 분석한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지만 이 정도로 극단화된 상황은 처음”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재판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정치 복원이 가능하다. 현재로선 윤 전 대통령이 협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 문제도 심각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처럼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작은 단서라도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지만,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반복되면서 국민은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기 어려워 진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유튜브·SNS 속 가짜 뉴스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이 내년 6월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민심을 얻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는 가운데,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청년들의 피로감과 무관심을 단순한 세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보여주기식 공방이 아니라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태도 변화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