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쓰면 안전공백, 안 쓰면 38억원”…4만 일 ‘휴가폭탄’ 안은 가스기술公

[단독] “쓰면 안전공백, 안 쓰면 38억원”…4만 일 ‘휴가폭탄’ 안은 가스기술公

‘잔여 휴가’ 4만 일 육박…수당 대신 보상휴가 ‘눈덩이’
약 38억원 재정 압박…휴가 공백은 비전문 인력으로
임시직 채용엔 276억 투입…재정 비효율 악순환
장철민 “경직된 인건비 운영 제도의 모순…근본적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5-10-09 08:00:05
한국가스기술공사 대전 본사 전경. 한국가스기술공사 홈페이지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직원들의 미사용 휴가만 4만 일 넘게 누적되면서 총 38억원 규모의 잠재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액인건비제도 탓에 휴일근무 수당 대신 보상휴가가 계속 쌓이고 있지만, 휴가를 쓰면 인력 공백이 생기고 비전문 인력이 안전 업무를 맡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가스기술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여된 보상 휴가 일수는 총 5만8157일에 달한다. 이 가운데 2811일이 미사용 상태로 남아 있으며, 미사용분만 따져도 약 6억4000만 원 규모의 잠재 부채가 발생했다.

그러나 총액인건비제도 탓에 보상 휴가가 매년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가스기술공사는 365일 고압가스 시설을 순찰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구조다. 이에 공사는 휴일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보상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도는 공공기관이 1년 동안 사용할 인건비 총액을 정부가 미리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만 집행하도록 한 규정이다. 취지는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지만 현장 근무나 안전 업무 비중이 큰 기관일수록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운영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보상 휴가조차 제대로 소진하지 못해 매년 새로 부여되는 연차 휴가까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차 저축 휴가 일수는 2021년 2만615일에서 2022년 2만8054일, 2023년 3만5873일, 2024년에는 3만7992일로 불어났다.

미사용 보상휴가와 연차를 합치면 총 4만803일이 된다. 이에 따른 충당부채는 38억 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공사가 미사용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배관망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는 인원이 순찰 업무를 맡거나 기술 숙련도가 낮은 인력이 정비를 담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인력 충원이 지속되면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시에 인력 공백을 임시로 메우기 위한 비정규·임시직 채용 규모도 크게 늘었다. 지난 3년간 임시직 인건비와 채용비용으로만 약 276억 원이 투입되는 등 비효율적인 재정 지출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직된 인건비 제도가 현장 인력 운용과 안전 관리, 재정 건전성까지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장철민 의원은 “결국 총인건비제도가 가스기술공사 현장의 비효율성을 높이고 재정 부담을 키우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제도 점검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전문 인력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업무에 대거 투입되는 상황은 즉각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철민 의원실 제공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