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주말 사이 들려온 해외발 악재에도 3500선을 장중 내내 사수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오후 들어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건 부담 요인이지만 실적 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주도주 중심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2%(26.05포인트) 하락한 3584.55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미중 무역 갈등 우려에 2% 넘게 빠지기도 했지만 장중 내내 3500선을 지켜냈다. 특히 장 마감을 앞두고 빠르게 낙폭을 줄여 나가며 장중 최고점에서 마무리했다.
코스피, 외환 당국 구두 개입에 낙폭 줄여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시장이 예상외로 강했던 배경에 대해 “지난 4월 있었던 미·중 갈등에 대한 학습효과와 트럼프의 (시진핑에 대한) 화해 제스처,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자금 이탈을 막은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1430을 넘나들자 ‘외환당국 메시지’를 통해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구두개입은 정책 수단 중 하나로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직접적인 개입과 다르게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방법이다.
투자자별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223억원, 4480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5267억원 순매도하며 제일 많이 팔았고 삼성전자를 2245억원 순매도 하며 두 번째로 많이 팔아치웠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813억원), 카카오(71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64억원) 순으로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올랐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689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개인은 이날 외국인과 정반대의 매매패턴을 보였다. SK하이닉스를 4131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샀고 삼성전자를 2088억원 순매수하며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카카오(88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02억원)가 개인 순매수 3위와 4위에 올랐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업종이 1.41% 하락해 가장 많이 빠졌다. 운송장비업종도 1.38% 내렸고 음식료 업종은 1.24% 하락했다. 반면 금속업종이 5.67% 상승했고 기계장비업종도 2.65% 올랐다. 건설업종도 0.6% 올랐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1.17%(1100원) 떨어진 9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3.04%(1만3000원) 하락한 41만5000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4.7%), KB금융(-1.06%), NAVER(-1.87%)도 약세 마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0.14%), 삼성바이오로직스(0.59%), 두산에너빌리티(4.16%), HD현대중공업(0.39%), 현대차(0.69%) 등은 빨간 불을 켰다.
고려아연은 19.48% 급등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 비철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희소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과 8월 미국에 안티모니를 수출한 바 있다. 안티모니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0.12%(1포인트) 오른 860.49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2% 넘게 밀리며 84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낙폭을 만회, 상승 전환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19억원, 133억원 매도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은 1165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전문가 “기간 조정·추세 전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조정이 길어지거나 추세적인 상승세를 거스르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미국과 중국은 최종적인 협상을 위해 서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며 결국에는 봉합될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대통령 등 미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둔 조치”라면서 “11월 1일로 관세 날짜를 정한 것도 APEC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두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리스크는 위험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후 증시 회복에 초점을 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난 4월 미·중 갈등 이후 증시가 빠르게 반등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이며 결국 봉합될 변수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원화 약세가 지난 4월 이후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자산 순매수가 이어졌었다”면서 “올해 원화 약세는 달러 가치 변동이나 한국 경제 펀더멘털 보다는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와 유동성 그리고 기업 실적 개선 등에 영향을 받으며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당시 주식시장 회복 시 V자 반등을 보였던 건 기존 주도주였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반도체주가 밀리면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의 상승 추세는 실적이 결정하는데 현재 실적 개선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인공지능 설비투자(AI Capax)가 주도하고 있고 (미국의) 관세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AI Capax는 오히려 상향 조정되면서 양자간 연관성이 크지 않음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과열 해소·매물 소화 불가피” 의견도
다만 일각에서는 예상이 쉽지 않은 해외 변수가 잔존해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부장은 “최소한 2026년 상반기까지 대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분간은 과열 해소와 매물 소화가 불가피한 만큼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10월초까지 지속됐던 물가·경기·통화정책·기업실적 간의 가장 이상적인 골디락스가 트럼프로 인해 깨졌다”면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모드 전환과 연방 공무원 해고 개시 등은 경기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수로 인해 코스피가 330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매크로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하반기부터 반도체로 집중되고 있다”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쏠림 현상이 진행되면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클라이맥스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1999~2000년 (TMT, 테크·미디어·텔레콤), 2007년 소재와 산업재, 2011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2017~2018년 반도체 빅사이클, 2021년 인터넷 등을 대표적인 쏠림 현상의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현재 반도체주는 높은 밸류에이션은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도 미국 성장주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됐다”면서 “앞으로 한국 반도체 주가는 미국 성장주의 주가 흐름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하며 코스피대비 아웃퍼폼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