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느좋 ETF”…국내 ETF 250조 시대 활짝

“너도나도 느좋 ETF”…국내 ETF 250조 시대 활짝

정부정책+상품 다변화+높은 수익률 효과 
ETF시장 성장 지속…연금 자금 유입↑
“이제 질적 성장 필요…베끼기 상품 출시 관행 없어져야”

기사승인 2025-10-16 06:03:03 업데이트 2025-10-16 10:50:47

“너 옛날 사람이야? 요즘 누가 개별주식 하냐? ETF 하지”


그야말로 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2002년 ETF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23년 만에 총순자산액(AUM) 250조원 시대가 열렸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지며 내년에 300조 시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 총순자산은 이달 1일 최초로 250조원를 돌파했다. 지난 2023년 6월 처음으로 AUM 100조원을 넘겼고 올 6월 200조원 뛰어 넘었다. 2년 4개월여 만에 규모가 2배 이상 커지며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정책+상품 다변화+높은 수익률 효과 

올 들어 ETF 시장이 성장한 건 주식시장의 상승 영향이 컸다. 이런 시장 상승기에 ETF로의 자금유입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간 상품이 다변화 된데다 수익률까지 받쳐주면서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을 이끈 덕분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세금 혜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TF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결합한 투자 상품으로 투자 효율성과 접근성 면에서 특히 우수한 특징을 가졌다. 일반 펀드보다 운용 보수가 저렴하고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편리하게 사고 팔 수 있다. 과거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분산투자 방식에 따라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은 높지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별 주식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ETF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ETF 체크에 따르면 올 들어 △KODEX 반도체레버리지는 206%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199% △PLUS K방산 181% △TIGER K방산&우주는 165% 상승했다. 이밖에도 코스피 수익률(52.5%)을 상회하는 대표적인 ETF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전엔 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AI, 방산,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등 특정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들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같은 투자 컨셉이라도 채권형, 금리형, 커버드콜 등 구조가 다른 상품들도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과 시장 전망에 맞는 맞춤형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퇴직연금, 연금저축, ISA 계좌의 세제 혜택 등도 ETF 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국내 주식형 ETF의 매매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지만 국내에 상장한 해외 주식형 ETF나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커버드콜 ETF는 매매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ISA를 통해 해외 주식형 ETF에 투자하면 비과세 범위 내에서 세제 혜택(초과분은 9.9%)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이용하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노력 또한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경쟁 심화로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낮춘 것도 영향이 있었다”면서  “이전과 비교해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소통하려는 노력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TF시장 성장 지속…연금 자금 유입↑

ETF 시장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연금 관련 자금 유입이 앞으로의 성장을 이끌 요인으로 평가된다. 퇴직연금, 개인연금(IRP)계좌에는 개별 주식을 담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300조원 시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 개인연금에서도 ETF를 투자할 수 있어 노후를 대비하는 투자자들의 유입이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라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개인연금, 퇴직연금, ISA 계좌 등을 통한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연금, 장기 투자 중심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에서는 EFT 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이제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하나의 상품이 인기를 끌면 너노나도 비슷한 상품을 따라 내놓지 말고 각 운용사별로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중소형 운용사에서 특색 있는 상품을 내놓으면 대형사에서 곧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어느 정도는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룸을 줘야하는데 이런 식의 (규모로) 눌러버리기 행태가 맞는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