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128건으로 전년(765건) 대비 4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율(23.2%)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올해도 8월까지 792건이 신고돼 이미 2023년 연간 신고 건수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과 2024년 월별 추이를 비교한 결과 모든 달에서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증가했다. 특히 2024년 5월까지 증가세가 뚜렷했다.
강득구 의원은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전공의 파업과 집단 사직이 이어지면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의 복귀·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전공의들은 관할 고용노동관서 및 노동포털에 신고할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제도가 전공의 갈등에 이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 보호 수단인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제도를 전공의 겁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당시 실제 신고 사례와 처리 결과를 확인하고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처벌 및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 4,629건 가운데 개선지도는 445건, 과태료 부과 61건, 검찰 송치 61건, 기소는 31건에 불과했다. 신고 건수 대비 기소 비율은 1% 미만이었다.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이 외부로 신고되지 않고 내부 종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강득구 의원실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산하 공공의료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처리 결과를 조사한 결과, 국립암센터 53건, 적십자병원 15건은 모두 내부 종결로 처리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8건 중 1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12건 중 1건만 외부로 신고되거나 산재로 승인됐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50건, 이 중 31건이 승인됐다.
강 의원은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고용노동부가 강력한 조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고,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기관 특별 근로감독 및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