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세대·연립주택(빌라)으로 매매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일부 지역에 한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정부의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앞서 지정된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서울 자치구 전체가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과천시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등이 새로 지정됐다. 이번 조치는 내년 12월31일까지 적용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아파트 매매 시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이에 따라 규제 지역 내 주택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치에서 규제 대상은 동일 단지 내에 아파트가 한 동이라도 포함된 다세대·연립주택까지다. 아파트가 전혀 없는 일반 다세대·연립주택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세대·연립주택은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아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10·15 대책’에 따라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6억원으로 유지되지만 15억~25억원 구간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됐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향후 아파트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로 빌라 시장이 들썩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재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에 한해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6~7월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을 보면, 재개발 사업성이 높은 송파구(112건)가 가장 많이 늘었고, △중랑구(48건) △서초구(46건) △마포구(3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일부 지역에는 수요가 몰릴 수 있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기본적으로 실수요 중심 시장”이라며 “현재처럼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선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는 일부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면서도 “전체 주택 거래의 약 75%는 아파트이며, 나머지 다세대·연립·단독·오피스텔 등을 모두 합쳐도 비중이 크지 않다. 이번 조치로 거래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