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배신하지 않을 거야”…경고에도 아랑곳 않는 ‘금 사자’ 랠리

“금은 배신하지 않을 거야”…경고에도 아랑곳 않는 ‘금 사자’ 랠리

‘유동성+경기침체+국채 대용당국’
금 추가 상승 가능하나 ‘금리 인하’ 주의
당국 “김치프리미엄 과해, 투자시 유의” 당부

기사승인 2025-10-18 06:03:04

쿠키뉴스 DB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4300달러를 뛰어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골드바는 없어서 못 사는 지경이며 금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ETF) 투자상품 가격도 연일 급등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금리 하락 시기에 접어든 만큼 이를 준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올 들어 50% 넘게 올랐다. 2023년 연간 수익률 13.5%, 지난해 27.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률이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따라서 그간 위험자산인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엔 이 두 자산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유동성+경기침체+국채 대용…금 수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값 상승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들 제기되고 있다. 우선 흘러 넘치는 유동성이 금 값을 떠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유럽·중국 등 G3 국가의 신용창출이 다시 큰 폭으로 늘면서 유동성 장세를 견인하고 금가격 상승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도 절대금리 수준은 높지만 고도의 긴축 정책 실시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정도는 과거 경기침체와 비견될 정도로 빠르게 전환됐다”면서 “통화 긴축기 재정의 유동성 공급 역할 역시 아직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풀린 달러가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으로 몰려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의 상승이 가속화하기 시작한 건 2022년 중반부터”라면서 “그때부터 미국에선 고금리 영향 아래 경제주체가 움츠러들며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서 채권의 지위 하락도 금값 상승 모멘텀으로 지목된다.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정부 부채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지면서 그 대안으로 금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억압 정책 역시 채권 대신 ‘금’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ETF를 통한 금 매수세 유입이 눈에 띄는데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수요가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억압 정책은 금리 상방 위험이 커질 때 부작용이 두드러진다”며 “물가가 불안하거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심화되는 구간에서 인위적 저금리를 유도할 경우 국채 신뢰도가 약화된다”고 진단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24K) 가격은 17일 1돈(3.75g)당 90만700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4만4000원 올랐다. 한국금거래소 제공


금 추가 상승 가능하나 ‘금리 인하’ 주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금값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들은 금가격이 온스당 4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정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큰 변화다. 역사적으로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는 늘 미국 국채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처럼 고금리가 이어진 이후 금리 인하 시기엔 미국 국채 매력이 더 커진다. 채권 가격 상승과 높은 금리 이자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가격이 솟구치는 금에서 당장 발을 빼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이 미국채에 밀릴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을 구성할 때 금과 함께 미국채를 일정부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 이노코미스트도 “경기 위축은 안전자산 선호 측면에서 금 가격에도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요 감소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질 경우 금보다 다시 채권을 선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 “김치프리미엄 과해...투자시 유의” 당부 

한편 금융당국은 국제 금값과 국내 금값간 차이(괴리율)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이 과도해 지고 있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하고 있다. 전일 기준 국내 금값과 국제 금값의 괴리율은 11.4%였다. 실제 최근 5년간 국내 금 가격과 국제 금 가격의 괴리율이 10%를 초과한 기간은 단 두 차례뿐이다. 국내 금 가격은 한시적인 수급 요인이나 정보 비대칭으로 일시적인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은 “국내 금 가격은 평균적으로 국제 금 가격에 수렴하는 만큼 최근과 같은 괴리 확대 국면에서는 투자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투자자에게 금 관련 상품의 기초자산이 국내 금 가격을 추종하는지, 국제 금 가격을 추종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