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20년 동안 굳건하게 바둑리그를 후원해왔던 KB국민은행이 바둑계와 결별한다.
2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개막한 2025-2026 시즌을 끝으로 국민은행은 바둑리그 메인 타이틀 스폰서 지위를 내려놓는다. 국민은행은 시청률 하락과 팬들의 외면 속에 바둑리그를 운영하는 한국기원에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이렇다 할 반등은 없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당초 예고했던대로 바둑리그 후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구단제’ 도입이다. 바둑 기(棋)자를 써서 ‘기단제’라고도 호칭하는 이 방식은 리그에 참가하는 팀이 선수를 직접 선발하고 관리·운영할 수 있는 형태가 핵심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 야구와 3년 연속 유료 관중 300만명을 돌파한 축구(K리그 1·2)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한국기원은 바둑 팬들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구단제 도입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에 따라 바둑리그 선수 선발은 오직 100% 운에 좌우됐다. 이번 시즌 역시 ‘추첨 종이 뽑기’에서 행운의 1번을 뽑은 영암팀(한해원 감독)에서 신진서 9단을 호명하는 행운을 누렸다. 팬들은 매년 바뀌는 선수들을 외우다 지쳐 팀과 선수를 매칭하는 일을 포기했다. 바둑리그 시청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유명 선수 대국 때만 팬들이 관심을 보이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프로기사들의 주 수입원이자 한국기원 주관료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바둑리그가 메인 타이틀 스폰서 국민은행의 후원 철회로 크게 흔들렸지만, 다음 시즌 역시 무사히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기원 고위급 인사는 쿠키뉴스와 만나 “정태순 한국기원 신임 이사장이 바둑리그 다음 시즌 스폰서로 하나은행을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부터 ‘하나은행 바둑리그’로 새 출발한다.
한편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전은 23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포문을 열었다. GS칼텍스와 정관장이 혈전을 벌인 끝에 최명훈 감독이 이끈 정관장이 개막전 승자가 됐다. 중국 거물급 신인 투샤오위를 1국 선봉장으로 내보낸 GS칼텍스가 선취점을 따내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2국 주장 맞대결에서 원성진 9단(GS칼텍스 주장)이 김명훈 9단(정관장 주장)에게 역전패를 당한 게 뼈아팠다. 이어진 3국 2지명 맞대결에서도 승리한 정관장이 여세를 몰아 승부를 3-1로 제압했다.
지난 시즌 스포츠 트렌드에 맞춰 파격적인 10초 피셔 방식을 채택했던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짧은 제한시간은 유지하되 소폭 시간을 늘려 각자 1분·추가시간 15초로 변경했다. 해당 내용은 쿠키뉴스에서 지난 9월11일에 단독 보도한 ‘[단독] 시간패 속출했던 바둑리그, ‘15초 피셔’로 돌아온다’ 기사에서 상세하게 다룬 바 있다.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5판 3선승제)를 치르며, 최소 168대국에서 최대 280대국이 펼쳐질 예정이다. 개막전은 23일 정관장과 GS칼텍스 경기로 열렸고, 24일 한옥마을 전주-원익, 25일 울산 고려아연-마한의 심장 영암, 26일 영림프라임창호-수려한합천 대결로 1라운드를 진행한다.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이며, 준우승 1억원, 3위 팀과 4위 팀 상금은 각각 6000만원과 3000만원이다. 단체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 승리 팀에는 1400만원, 패한 팀에는 70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