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보유세 인상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당내에서는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과 조세 원칙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YTN라디오에서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부동산 세제 개편이) 포함될 수 있다. 오랫동안 반복돼 왔던 보유세와 거래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말고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면 보유세 강화도 시도해볼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 의원은 “다만 보유세 인상 문제는 의원들과 만날 때마다 서로 갑론을박하는 지점”이라며 “문제는 정책을 실시했을 때 국민의힘의 벌떼 같은 공격이 예상되지 않나. 한 번 시행을 하면 최소한 2~3년 정도는 지켜봐야 되는데 우리한테 2~3년을 지켜낼 수 있는 체력이 있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5억 원짜리 아파트 10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50억 원짜리 아파트 1채를 가진 사람이 오히려 세금을 덜 낸다. 1가구 1주택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세 부담이 적다 보니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려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장기적으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보유세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시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을 두고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과 ‘시기상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김남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정무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평생 노력해 산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세금을 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언제나 어렵다”면서도 “부동산 정책은 자산과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보다는 실거주자를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부동산은 보유세를 정상화하고 양도세를 낮춰서 실거주자 중심으로 자산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보유세 인상이 포함된다면) 오히려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당정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다만 집값을 못 잡는 것이 선거에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좀 더 용기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나 유력 후보군을 중심으로 신중론이 두드러졌다.
박주민 의원은 “보유세 인상이 직접적인 주택 안정 수단이 된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가 많다. 주택가격 안정은 수요와 공급, 유동성 문제, 금리 문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공급 부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의원도 “세금을 통한 ‘집값 잡기’는 매우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고,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를 갖고 부동산 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사실상 하지 말아야 된다. 보유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내년 지선을 앞두고 세제 개편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은 이미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심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세제 개편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내년 공시가격 상승분과 맞물려 조세 저항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지방 재정 악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정부와 여당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