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원격의료 이끄는 한국…‘제도적 한계’는 과제로

아시아 원격의료 이끄는 한국…‘제도적 한계’는 과제로

아시아 원격의료학회 출범, 첫 국제학술대회 개최
“시범사업 단계 넘어서 풀어야 할 숙제 많아”

기사승인 2025-10-24 16:57:30
강대희 아시아 원격의료학회 회장이 24일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원격의료학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한 이번 학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강대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원격의료학회(Asian Telemedicine Society Conference, ATS)는 아시아 전역의 원격의료 현황을 공유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했다.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모인 연구자들은 24일 열린 첫 국제학술대회에서 원격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강대희 아시아 원격의료학회 회장은 첫 연자로 연단에 올라 “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다르지만, 서구화와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격의료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원격의료학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서구권 모델과 달리, 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학술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미국의 텔라닥, 아마존 클리닉 등 기업 중심 모델과 아시아 국가들이 도입 중인 국가 주도형 모델의 차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강 회장은 “아시아 지역과 미국의 원격의료는 방식이 명확히 다르다”며 “미국은 개인 부담이 큰 건강보험 제도 때문에 기업 중심으로 원격의료가 발전했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정부 정책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특징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학회를 만들었다”며 “아시아 국가의 현실과 특성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발전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아시아 지역 원격의료의 미래를 논의하는 학회의 첫 회장에 강대희 교수가 선출된 배경에는 적극적인 도전이 있었다. 강 회장은 “과거 아시아 코호트컨소시엄을 조직했던 경험을 토대로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학회 조직을 제안했다”며 “한국에서 먼저 원격의료학회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주도했고, 그렇게 초대 회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회 출범으로 한국이 아시아 지역 원격의료 연구를 선도할 기회가 생겼지만,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제도화를 마치고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강 회장은 “아시아 국가들의 원격의료 현황을 보면 한국은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며 “대형 제약사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관심도 높아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며 “선진 기술을 개발해도 제도적 지원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시아 원격의료학회는 내년 베트남 하노이, 2027년 일본 도쿄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원격의료 발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강 회장은 “여러 나라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디지털 진료를 넘어 건강관리까지 원격의료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학회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