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정감사 기간 이례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 76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안건은 보건복지위원회 25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20건 등 각 상임위·특위별 민생법안 74건과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 안건 2건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본회의에서 70여건의 민생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아직 본회의에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민생개혁 법안이 수백 건 남아 있다”며 “일자리 창출, 경제 회복, 주거 안정, 교육·보육 지원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에 모든 힘을 다하겠다. 민생 법안이 회의실에서 잠들지 않고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본회의에서는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노동절 제정법’이 통과됐다.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법’에 따른 근로자의 날은 다음해 5월1일부터 노동절이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협의를 추진한다.
안호영 국회 기후노동위원장은 법안 통과 후 “근로는 일제강점기의 수동적 표현이지만, 노동은 자율과 존엄, 연대의 이름”이라며 “5월1일은 공무원, 교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날로 새롭게 자리잡게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기후노동위 소속 김주영 민주당 의원도 “노동절 개칭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4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노동이 존중받고,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응급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돌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도 개선될 전망이다.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이송업체 간 핫라인(직통 연락망) 개설 근거를 마련하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상가건물 관리비 부과 내역이 명시된 표준계약서를 규정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소송촉진 특례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딥페이크·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형사절차에서 손쉽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외 △가정위탁 보호자가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법정대리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성범죄 전력자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한옥체험업 운영·종사를 금지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장애인 평생교육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장애인평생교육법안’ △국가필수의약품 등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안정적 유지를 지원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자립준비청년의 학자금대출 이자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등도 이견 없이 처리됐다.
다만 일부 안건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서 합의하지 못한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합의하지 못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지자체가 예측하지 못한 대규모 소송·경기 침체 등 긴급 재정수요가 발생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하는 법안이다. 대규모 투자사업·재난복구 사업에 한정된 조건에서 벗어나 지자체 재정운용의 탄력성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방채 발행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의정활동 관련 기록물을 관리하는 ‘국회기록원’ 설립 근거도 마련됐다. 국회기록원법은 현행 국회도서관 산하 국장급 보조기관인 국회기록보존소를 독립기관인 '국회기록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국회도서관에서 기록물 관리 업무를 삭제하는 국회도서관법도 통과됐다. 다만 국회기록원법은 재석 264명 중 찬성 180명, 반대 84명, 기권 2명으로, 국회도서관법 개정안은 재석 269명 중 찬성 179명, 반대 88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산과 인력을 이유로 반대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도 국민의힘 의원 등 76명의 반대 속에서 여당 주도로 채택됐다. 일각선 반대 이유에 대해 국정조사 보고서의 포커스가 같은 당 출신 김영환 충북지사의 책임론에 맞춰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부실 안전관리가 원인”이라며 “집중 호우 시 대응 매뉴얼이 없었고, 기관간 연락체계도 엉터리였다. 지하차도 통제도 지연되는 등 미숙한 행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에서 말단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각인됐다”며 “원인규명과 향후 개선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선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