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고공행진’…3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웃는 정유업계

‘정제마진 고공행진’…3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웃는 정유업계

- 정제마진 상반기 평균 4달러대, 이달 13달러 돌파
-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 흑자 전환 기대감
- 계절적 수요까지…통상 변화에 따른 유가 하락은 변수

기사승인 2025-10-29 06:00:08
국내 최초 정유공장 ‘SK울산콤플렉스(SK울산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정유사 대표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하반기에 대폭 상승하면서, 상반기 주춤했던 정유업계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라 호실적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올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2000~2200억원, 에쓰오일(S-OIL)은 2500억원대로 추정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감안할 때 정유 부문 흑자가 예상된다. 

실적 개선 전망의 핵심 요인은 복합 정제마진 개선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기준 배럴당 13.1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14.1달러)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정제마진은 제품가격에서 원유·수송 등 제반비용을 뺀 값으로, 통상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경기 둔화 여파로 앞서 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3.2달러, 2분기 5.6달러를 기록하며 상반기 평균 4달러대에 머물렀다. 이에 국내 정유4사는 상반기에만 합산 1조35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하반기 들어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정제마진 상승의 배경에는 공급 축소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한 후 러시아의 일일 정제 처리량이 2022년 4월 이후 최저인 5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 셰브런 정유공장 화재까지 발생해 주요 산유국의 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했다. 

겨울철 연료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제마진 강세는 계절적 수요와 정기보수, 러시아·미국의 공급 충격이 겹친 결과”라며 “올해 말~내년 초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항공유·윤활유 등 석유제품 수출 증가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대미 항공유 수출 물량은 총 2815만4000배럴로, 지난해 총 대미 수출 항공유(3694만배럴) 기록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통상 변수로 인해 국제유가 하락세가 심화하면, 정유사들이 미리 확보해 둔 원유의 재고평가손실이 커져 정제마진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월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배럴당 78달러까지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최근 15%가량 떨어진 상태다. 2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WTI는 61.31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모두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선 최소 60달러대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고 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54달러, 58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부진이 심각했던 올 상반기에 비하면 3분기 상황이 낙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둘러싼 글로벌 통상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변수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