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이정은, 촉촉한 정려원…정답만 고른 ‘하얀 차를 탄 여자’ [쿡리뷰]

명탐정 이정은, 촉촉한 정려원…정답만 고른 ‘하얀 차를 탄 여자’ [쿡리뷰]

기사승인 2025-10-29 06:00:08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문이 들라치면 설명이 따라붙고, 불편한 지점은 작정하고 검토한 것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배우는 맞춤복을 입은 듯 캐릭터에 밀착한다. 감독과 작가가 자문자답을 거듭하며 완성한 인상을 주는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이 경찰 현주(이정은)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제22회 샌디에이고 국제영화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수상작이자 제66회 런던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큰 줄기는 도경과 은서(김정민)가 병원에 오기 전 있었던 일이다. 순차적 전개를 따르진 않는다. 처음 현주는 도경의 진술에 기반한 상상으로 사건의 진위와 전후관계를 파악하지만, 홀로 모난 내용을 조금씩 눈치채게 되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작품은 이 과정을 반복하며 진실에 다다르는 방식을 취한다.

어쩐지 만화 ‘명탐정 코난’이 떠오른다. 현주가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오가는 도경을 간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관객이 도경의 말에서 모순을 느끼는 순간, 현주가 곧장 나타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 이렇듯 현주는 코난처럼 작중 탐정이자 이야기꾼의 역할을 모두 충실히 수행한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현주(이정은)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도경(정려원)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여성서사물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조차 흠잡을 데 없이 바르다. 언니 미경(장진희)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해 본인을 쓸모없다고 여기는 도경, 그와 비슷한 처지지만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현주. 거울을 두고 마주한 듯한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구원한다. 이때 현주는 도경의 잘못을 눈감아줬다고 짐작되지만 명확히 그려지진 않는데, 이는 문제가 될 만한 여지마저 사전에 차단하는 의도로 읽혔다.

그래서인지 해설집을 옆에 두고 문제집에 답을 옮겨 적는 느낌이다. 깔끔하지만 밋밋하고, 찜찜한 구석이 없는 대신 여운이 아쉽다. 다만 이 여백은 배우들이 채운다. 정려원의 눈은 중후반부까지 늘 젖어 있다. 꼭 울지 않지만 울고 있는 것 같고, 사연이 없어도 만들어주고 싶은 얼굴이다. 내용상 선악을 단정할 수 없는 인물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그리고 이처럼 그가 돋보이는 이유에는, 역시나 단단하게 받쳐주는 이정은이 있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7분.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