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책보험인데…기후보험 손해율 최저 2%, 보상 사각지대 여전

[단독] 정책보험인데…기후보험 손해율 최저 2%, 보상 사각지대 여전

기사승인 2025-10-30 06:00:05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책보험인 ‘기후보험’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보험사는 손해율이 2%대에 그치면서, 지자체가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보상 체감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기후보험 실적 현황’에 따르면, 기후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약 26억5990만원이었지만 지급된 보험금은 5억3690만원에 불과했다. 지자체가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정책보험임에도 평균 손해율이 20%대에 머문 것이다. 같은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의 최근 3년 평균 손해율이 약 90%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후보험은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이나 상해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정책성 보험이다. 온열·한랭질환과 감염병, 기상특보 관련 상해 등에 대해 정액 보상을 제공한다. 취약계층에는 입원비·교통비·긴급 이송비와 정신적 피해도 지원한다.

경기도가 지난 4월부터 전국 최초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유일하게 시행 중이다. 등록외국인을 포함한 경기도민 1438만명이 자동 가입됐으며, 도민이라면 별도 절차 없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업은 공동수급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으며, 한화손보를 간사사로 농협·라이나 등 3개 손해보험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보험사별 손해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라이나손해보험이 2.56%로 가장 낮았고, 농협손해보험은 6.01%, 한화손해보험은 30.21%를 기록했다. 라이나손보의 경우 약 5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이고도 지급한 보험금은 1300만원에 그쳤다.

이 같은 손해율 편차는 보험사별로 담당하는 담보 항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농협손보는 열사병 등을 보장하는 ‘온열·한랭질환 담보’를, 라이나손보는 계절성 질환 중심 담보를 맡고 있다. 반면 한화손보는 취약계층의 의료기관 교통비 지원 등 타사가 맡지 않는 항목을 담당해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것.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는 사업 초기인 만큼 인지도가 낮은 영향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홍보와 인지도가 낮아 지급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보장 기간이 3년인 만큼 계약일 이후 발생한 피해는 소급 신청이 가능해 향후 손해율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기간은 내년 4월까지이지만, 기후 이슈가 전국적인 문제이므로 계속 사업으로 추진해 도민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심화가 불가피하고 정책성 보험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활용되는 만큼 사회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1990년대부터 태풍 등 대규모 기후재난에 대비한 ‘재난채권(Catastrophe Bond)’과 같은 금융상품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리스크 부담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 관련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험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이 직접 보험금을 신청해야 한다는 점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이 스스로 보험사에 문의해 청구서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지수형 보험처럼 자동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보장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영향이다. 정광민 포항공대 교수는 “가입 및 청구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과거 손실 수준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약계층의 사고 위험 보장 범위를 넓혀 ‘보장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용만 의원은 보험사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기후보험은 정책보험이며 전국 확대를 앞두고 있어 보험사는 공적 책무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