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삼성·SK·현대차 등과 ‘AI 칩 공급 동맹’ 체결…“한국, 아시아 AI 허브로”

엔비디아, 삼성·SK·현대차 등과 ‘AI 칩 공급 동맹’ 체결…“한국, 아시아 AI 허브로”

기사승인 2025-10-29 16:45:0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들과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29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과 신규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31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계약은 기업별로 체결되며 세부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발표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세션 직전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이다.

한국, 엔비디아의 ‘AI 허브’로

이번 협력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전략과 미·중 갈등 속 시장 다변화를 추진 중인 엔비디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외신들도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려는 황 CEO의 전략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주 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AI가 모두를 위한 도구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앞서 워싱턴DC 개발자 행사(GTC)에서 “한국 국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기뻐할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매우 강력하고 모든 기업이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황 CEO는 30일 서울 강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찬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애초 양 회장 간 회동으로 알려졌으나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동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 AI 생태계 ‘동맹 구축’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사업에 제약을 받은 엔비디아는 최근 한국과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 ‘HBM3E(12단)’ 공급을 앞두고 있으며, 엔비디아·오픈AI·소프트뱅크와 함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에 삼성전자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약 7조원(49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업계는 해당 시설에 엔비디아 칩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 역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하드웨어와 생성형 AI 개발 도구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능화하고, 산하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AI 기반 로봇 개발에도 나선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SDV·로봇 신사업 등에 AI 칩을 공급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에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네모(NeMo)’를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월 대만에서 황 CEO를 만나 GPU 자원 활용과 데이터센터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