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개업을 준비하는 약사들 사이에서 100평(330㎡) 이상 규모의 대형 약국이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 소형 약국보다 대형 약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약사들이 약국 개업을 준비할 때 병의원과의 거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 때문에 공간이 좁더라도 의료기관 인근에 개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이제는 의료기관과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더 많은 의약품과 제품을 진열할 수 있는 넓은 부지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는 약국 이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가장 큰’, ‘최대’ 등 규모를 강조한 명칭의 약국이 늘고 있다. 약사들이 약국의 크기를 내세우는 이유는 대형 약국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북 지역 한 맘카페에 올라온 대형 약국 개업 소식에는 “큰 약국이 저렴하다고 해서 얼른 오픈하면 좋겠다”, “큰 약국이 늦게까지 운영하면 다른 약국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약사들 역시 대형 약국은 지역사회에서 주목도가 높고 소비자 선호도가 기존 약국과 달라 개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한 약사는 “대형 약국이 개업하면 지역사회에서 큰 화제가 된다”며 “소비자들은 대형 약국이 기존 약국보다 제품이 많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최대’ 등의 문구를 약국 이름에 넣으면 소비자들이 그쪽으로 몰린다”며 “이런 흐름 때문에 약사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대형 약국 개설 유행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들이 의약품 유통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창고형 약국이 전체 의약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 ‘최대’, ‘마트형’, ‘특가’ 등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는 광고를 제한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약국 명칭에 ‘창고형’, ‘최고’, ‘최대’ 등의 문구 사용을 제한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도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대형 약국 확산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지만,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소비자 인식이 달라져 과거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약사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 소비자가 직접 건강 관련 제품을 선택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대형 약국을 선호하는 현상이 약해지긴 어렵다”고 예측했다.
또 “정부의 규제안이 기형적 대형 약국 개설은 일부 줄일 수 있지만, 큰 흐름은 막기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대형 약국 개설 유행이 소비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국이 대형화될수록 환자가 약사에게 상담받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약물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약사는 “대형 약국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과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적절한 약을 찾지 못할 위험도 크다”며 “과거에는 소비자가 증상이나 목적을 말하고 약을 구매했지만, 이제는 먼저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계산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상담이 어려워져 걱정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