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의 3분기 당기 순이익이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 강화와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수익 다각화가 결실을 봤다. 다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 등으로 올 4분기부터는 수익성이 둔화가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5조486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4조9778억원) 동기 대비 10.2% 늘었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812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리딩금융’ 타이틀은 KB금융이 거머쥐었다. KB금융은 이날 3분기 순익 1조6860억원, 누적 기준 5조121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자이익(3조3472억원)과 수수료 이익(8543억원)이 고루 증가한 가운데,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 이익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신한금융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순익은 4조4609억원에 달한다. 3분기에만 1조423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일회성 비용인 홍콩 ELS 충당부채 적립부담이 사라지고, 3분기 누적 글로벌 순익이 6503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금융은 3분기 3조4334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분기기준으로는 직전분기(1조1773억원)보다는 3.5% 줄어들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2080억원(6.5%)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최대 실적이다. 특히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이 1조569억원으로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3분기 처음으로 1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3분기 순이익은 1조244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7.6% 급증했다. 실적 개선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 보험 자회사 편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비이자이익이 10% 넘게 늘었고, 5800억원에 달하는 염가매수차익까지 발생한 결과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4대 금융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3분기말 기준 13.83%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 13.56%, 하나 13.30%, 우리 12.92% 순이었다.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35원 늘어난 주당 93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고, 연중 자사주 매입을 병행한다. 신한금융은 주당 570원의 현금배당과 함께 1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에 나선다. 하나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당 920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우리금융은 주당 20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4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가계대출 감소가 불가피한 탓이다. 연말 각 은행의 가계대출 한도가 소진되면서 이자수익 규모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과징금 폭탄’도 불안 요소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담보인정비율(LTV) 및 국고채 전문 딜러 담합 의혹을 두고 정부가 제재 여부를 심사 중이다. 과징금 부과 여부는 4분기 중 결정이 유력하다. 과징금을 내면 해당 금액의 여섯 배를 운영 리스크로 인식해 10년 동안 위험가중자산(RWA)으로 쌓아야 한다. 이는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도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와 장기 연체채권 채무 조정을 담당하는 새도약기금 등에 자금을 댈 예정이다. 이외에도 세제 개편에 따라 교육세율(0.5%포인트)과 법인세율(1%포인트)도 오른다. 상상인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교육세는 기존보다 6011억원, 법인세는 2740억원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분기까지는 비은행 부문과 비이자이익 확대로 선방했지만, 4분기부터는 가계대출 규제 여파와 각종 과징금, 상생금융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몰아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