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李정부 의료·복지정책…여야 “국민 보건 향상” 한목소리

갈 길 먼 李정부 의료·복지정책…여야 “국민 보건 향상” 한목소리

李정부 첫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종료
‘공공의대 설립’ 근거 법안 연내 마련
수급 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5-10-31 06:00:09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첫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지역·필수의료 공백 심화, 돌봄 문제, 우울·조울증 환자 급증, 의약품 공급 부족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무엇 하나 해법이 쉽지 않아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복지위 종합감사에서 “복지위 위원들이 지적한 사항들은 국민 건강과 복지를 위한 귀한 지적”이라며 “공공보건의료 기반 확충, 심사평가의 투명성 제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 현장의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선으로 신뢰받는 복지 행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지역·필수·공공의료 소생을 주문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취약성이 낱낱이 드러난 지금이 바로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공공·필수·지역의료를 지키고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한 입법 공청회 개최를 촉구했다. 공공의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미 공청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법안이 발의돼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이 안 되면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공공의대 확충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공공보건의료의 뿌리가 취약하다. 공보의는 줄어들고 지방의 공공의료는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어렵게 사람을 구해도 유지가 되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공공의대 설립은 결코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근거 법안을 연내 만들 계획으로, 현재 수정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확보는 중요한 국정과제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의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 등 세 가지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는 법을 제정해야 되기 때문에 정부의 수정 법률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약이 없는 ‘무약촌’ 문제도 지적됐다. 도입된 지 10년도 넘은 안전상비약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 3306곳 읍면동 중 15%에는 약국이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무약촌이 있다”며 “의사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약이 9000개다. 그중에서 안정상비약으로 지정된 약은 13개밖에 안 된다”고 짚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는 지난 2012년 약사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후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3종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어린이용 타이레놀 80㎎과 160㎎이 공급 불안으로 사실상 품절되면서 현재 판매 품목은 11종으로 줄었다. ‘안전상비약을 20개로 한정해야 된다’는 법령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의원은 “무조건 24시간 연중 무효인 곳에서만 안전상비약을 팔 수 있다. 농어촌 소도시에 약국도 없는데 24시간 연중무휴 마트가 있겠나”라며 “이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품목에 대한 조정이나 판매 중단된 품목이라도 먼저 조치하고, 무약촌 지역엔 24시간 편의점도 없기 때문에 시간제한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계획을 마련 중이다. 관련 단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계획이 만들어지면 추진하겠다”고 했다.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부실 시행 우려

복지위 종합국감에서 돌봄 문제도 다뤄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요양보호사 2만2766명 중 71%인 1만6122명이 현장에 근무하지 않았다. 10명 중 3명만 실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국내 대학 졸업 외국인 유학생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 허용 등을 발표하면서 해외 인력 수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는 전국 24개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선정해 2년간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김선민 의원은 “처우 개선과 근속률 제고 없이 신규 인력만 양산한다면 외국인 인력 역시 빠르게 이탈해 돌봄 현장의 불안정성만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외국인 인력 확대를 만능해법처럼 제시할 것이 아니라 요양보호사의 처우 및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자격증 소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돌봄통합지원법 부실 시행 우려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당장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인력 조직 준비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해 3월26일 제정된 법이다.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지역사회에서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돌봄통합지원법 내년도 예산안은 777억원으로 시범사업 예산보다 낮다”며 “(재정 자립도가 높은) 46개 지자체는 국비 지원을 못 받는데 이 중 33개는 관련 조례와 조직을 구성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재택의료센터를 지정한 지자체는 49.8%, 방문의료기관을 설치한 지자체는 56.8%에 그쳤다. 그는 “본사업 시행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다수 지자체의 예산, 인력, 조직 등 모든 면에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제대로 사업이 시행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광주시 한 지원단체에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학대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경계선지능인의 자립과 돌봄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기 광주경찰서에 이첩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 관련 단체의 전 대표이자 현 이사인 A씨는 자신이 관리해 온 대안가정에서 경계선지능인과 지적장애인, 봉사자 등에게 상습적으로 신체 마사지를 요구하고 폭행·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 의원은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경계선지능인이라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적절한 보호와 지원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며 “국가 제도가 미비해 사각지대가 확인된 이상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자립과 돌봄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국회에는 ‘경계선지능인 자립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포함해 관련 법안이 10건 계류돼 있다.

‘우울·조울증’ 환자 관리 장기적 과제

우울·조울증 환자 관리는 역대 정부의 과제로, 이재명 정부는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통해 2024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28.3명 수준인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4년 17.0명 이하로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한다면 5년 내 자살자 수를 1만 명 이하로 감축하고, 10년 내 자살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된다는 판단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우울증과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는 국민은 최근 6년 사이 40% 넘게 늘어났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18년 75만2000여명에서 지난해 110만6000여명으로 47.0% 늘었다. 조울증 환자 역시 9만5000여명에서 13만9000여명으로 45.7% 증가했다. 두 질환의 지난해 진료비 총액은 9439억원에 달한다.

안정적인 의약품 확보도 장기적 과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확보 방안으로는 ‘성분명 처방’이 제시됐다.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문제는 진료 후 약을 처방하는 의사의 업무와 처방된 약물을 제공하는 약사의 업무를 양분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온 해묵은 논쟁거리다.

장종태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체조제율은 1.5%로 미국의 90%, 일본과 영국의 80%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며 “이재명 정부 보건의료 핵심 공약에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 해결, 대체조제 활성화, 약제비 지출 효율화, 리베이트 해결 등이 포함돼 있는데 (수급 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허용은) 필수의약품 수급을 위해 검증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과 필수의약품부터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 의견이 있어 사회적 합의나 논의를 더 해야 한다”면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 모니터링과 정의부터 논의해야 한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