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30% 제한 다가오지만…제도적 장치는 미흡

비대면진료 30% 제한 다가오지만…제도적 장치는 미흡

일선 의료기관·약국, 시범사업 이탈 가능성 커져
“제도적 보완장치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5-10-31 06:00:09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오는 11월 9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전체 진료의 30%로 제한하지만, 명확한 계산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시범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에서 하향 조정함에 따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준을 변경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시범사업 참여 제한 △전체 진료 중 비대면진료 비율 30% 제한 등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가운데 비대면진료 비율 30% 제한은 직전 1개월 건강보험 급여 청구량을 기준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병·의원과 약국, 플랫폼들은 정부가 비대면진료 전문기관과 약국의 무분별한 개설을 막기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시간으로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일선 의·약사들은 직전 1개월 건강보험 급여 청구량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연휴나 날씨 등 변수로 인해 환자 수가 일정하지 않아 매번 30%를 계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비율 30% 제한 규정 도입을 앞두고 의료기관과 약국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의료기관과 약국이 스스로 비대면진료 건수를 조절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비율 제한이 시범사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규정 위반을 우려해 시범사업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 제휴 의료기관과 약국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탈을 막기 위해 설문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신청해도 이를 소화할 기관이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시범사업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 비급여 중심의 비대면진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감기나 장염 등 급여 진료와 달리 탈모·여드름 같은 비급여 진료는 30%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는 복지부가 비대면진료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안전장치가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비대면진료가 비급여 진료 위주로 재편될 것을 우려하지만, 지금까지는 감기·장염·두통 등 급여 진료가 더 많았다”며 “30% 제한 규정으로 급여 진료가 위축되면 결국 비급여 중심의 진료 체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30% 제한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급여 진료 위축을 막기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