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 인수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30일(현지시간) 멧세라 주식을 주당 56.50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총액은 약 65억달러(한화 약 9조3000억원) 규모로, 임상 및 규제 성과 달성 시 최대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추가 지급할 수 있는 조건부 가치권(CVRs)도 포함됐다.
멧세라는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을 겨냥한 차세대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멧세라의 모든 경구제 파이프라인에는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 멧세라는 인크레틴과 비인크레틴 아날로그 기반의 신약 후보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멧세라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후보물질은 임상 2상에서 28주 차 기준 최대 14%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아밀린 아날로그는 GLP-1과 병용 투여 시 지속적 체중 조절 효과를 입증했다.
앞서 화이자는 멧세라를 최대 73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빅파마가 멧세라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급부상하며 경쟁 구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당초 노보노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선두를 달렸으나, 마운자로가 더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앞세워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릴리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사제에 이어 먹는 비만약에서도 릴리가 주도권을 잡자 노보노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노보노는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0~16%에서 4~10%로 낮췄다.
노보노는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노보노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전체 직원 가운데 약 11%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며, 이 중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만 5000명이 해고될 전망이다. 노보노는 전 세계적으로 직원 수가 7만8400명에 달한다. 한때 유럽 시가총액이 1위에 올랐으나 자리를 내주고 기업가치도 정점 대비 3분의 2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이에 노보노는 멧세라 인수로 기술 격차를 만회하고 차세대 비만 치료제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화이자의 거센 반발이 변수다. 화이자는 노보노의 멧세라 인수 제안 직후 성명을 통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 신흥 경쟁사를 억압하려는 불법적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화이자는 “이번 인수 구조는 미국 독점금지법을 우회하려는 방식으로 짜여 있어 규제·집행 리스크가 크다”고 주장했다.
두 글로벌 빅파마 간의 경쟁은 심화될 조짐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보는 레거시 비만 빅파마이지만, 경쟁사 릴리 대비 경쟁력이 악화하고 화이자, 로슈 등 후발 비만 빅파마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멧세라는 베스트 인 클래스 주사제와 경구용 펩타이드 기술력을 보유해 노보는 자사 GLP-1과 카그리세마의 중장기 보완 파이프라인으로 멧세라 주사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