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핼러윈을 맞은 서울 도심은 이른 낮 시간부터 기대와 긴장으로 물들었다. 이태원 참사 3주기였던 지난 29일에 이어 추모 행렬이 계속되는 한편, 10월의 마지막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도 거리를 찾았다. 자치구와 소방 당국 등 행정기관은 인파가 몰리는 저녁 시간에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31일 오전 11시30분 용산구 이태원동. 추모 게시판이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소리 없이 적막했다. 골목길엔 국화꽃과 소주병을 비롯해 희생자들이 생전에 좋아했을 과자, 음료수, 과일 등이 즐비했다. 이곳에서 만난 고모(20대)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소주와 담배를 바닥에 내려놓고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로 소꿉친구를 떠나보낸 고씨는 “핼러윈이 돌아올 때마다 여길 찾는다”며 “핼러윈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고 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시울이 붉었다. 이같은 추모 발걸음은 지난 29일부터 계속됐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사이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이틀 전부터 애도용 소주를 사려고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오늘도 세 분 정도 다녀간 것 같다”고 했다.
 
핼러윈을 맞이한 세계음식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그런 와중 주류 유통 트럭은 골목 사이를 누비며 음료를 옮기느라 바빠 보였다. 다만 이마저도 3년 전과 비교하면 한가한 편이다. 세계음식거리 가게 대부분에 주류를 공급하고 있다는 차모(40대)씨는 “참사 이전보다 매출이 2억원 정도 줄었다”며 “지난주엔 거의 놀았고, 오늘도 대목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기대감이 아예 없지만은 않다. 24년간 세계음식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김모씨는 “지난 2023년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한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주류와 식자재 주문량도 지난해 핼러윈 기간보다 확대했다. 김씨는 “매년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사장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40분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태원보다 북적였지만 막상 분장한 시민은 많지 않았다. 레드로드 인근 한 식당을 운영 중인 유모씨는 “지난해나 올해나 핼러윈 기간 손님 수는 비슷해 보인다”며 “참사 전과 비교하면 홍대를 찾는 발길 자체가 많이 줄었다. 분장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핼러윈은 우리와 상관없는 얘기”라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토끼 탈을 쓴 B씨는 “오전 5시까지 홍대에 있을 예정”이라며 “피곤하겠지만 기대도 된다”고 했다. 무당과 고양이로 분장한 장모(10대)양과 김모(10대)양도 “이번이 처음 즐기는 핼러윈”이라며 “분장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고 했다. 홍모(20대)씨는 “남자친구와 저녁까지 놀 생각”이라면서도 “사람이 많으면 사고가 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소방 당국과 자치구는 만반의 대비 중이다. 레드로드 한복판에 특별상황실을 설치한 마포소방서는 이날부터 2일까지 홍대를 지킬 예정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오후 7시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거리를 살필 예정으로, 차량 11대와 구급대원 55명이 대기한다”며 “인파가 몰리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명 정도가 타박상 등 부상을 입어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마포구도 오후 8시부터 오전 1시까지 현장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인파가 몰리는 클럽거리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레드로드 R3~R5 등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거리에는 오고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뒤섞이지 않도록 안전펜스를 설치해 우측통행을 하게끔 동선을 관리했다. 차량 통행 또한 일부 구간 통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