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말하던 감독, 다시 정상에 섰다…염경엽과 LG의 재도약기

‘실패’를 말하던 감독, 다시 정상에 섰다…염경엽과 LG의 재도약기

3년 동안 총 2번의 통합우승…육성과 성장 모두 이룬 시즌
“팬분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기사승인 2025-11-01 06:00:06
LG 선수들이 10월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성과 성적을 같이 잡아야 한다. 힘든 시즌이다. LG의 성적을 위해서 야수와 중간 투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또한 전반기 안에 5선발도 올라와야 한다. 2024년은 실패한 시즌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했던 말이다. 2023년 부임 첫해 통합우승, 2024년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결과를 경험한 감독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다소 냉정한 평가였다. 그러나 바로 그 냉정함이 LG를 다시 정상으로 이끌었다.

LG는 지난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와 5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며 통합우승(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승리)을 이뤄냈다.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LG는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부상 악재로 정규시즌 3위에 머물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패했던 아쉬움을 교훈 삼았다. 염 감독은 ‘불펜 깊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현식, 김강률 등 다양한 투수를 영입했다.

아울러 염 감독은 2024시즌을 회상하며 “주전 기용 빈도가 너무 높아 체력 문제가 있었다”며 “준비가 미흡했다”고 반성했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무려 114개의 라인업을 돌리며 선수층을 폭넓게 활용했다. 홍창기의 부상 공백은 신민재가 리드오프로 메웠고 외야수 최원영·박관우, 내야수 구본혁, 포수 이주헌 등이 번갈아 출전해 주전들의 부담을 덜었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이탈하는 상황 속 다양한 선수 기용으로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지난해 손주영을 믿을맨으로 키운 데 이어 올해는 송승기(11승, 평균자책점 3.50)가 확실한 5선발로 자리 잡았다. 큰 맘 먹고 영입한 장현식이 부진하고 김강률도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 속 2005년생 김영우가 필승조에 합류했고 유영찬이 정상을 넘보는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LG는 이번이 통산 네 번째 통합우승(1990년, 1994년, 2023년, 2025년)이다. 한 감독이 두 번 이상 해낸 경우는 없었다. LG에게 염 감독이 더 특별한 이유다. 염 감독의 계약은 올해까지지만 야구계에서는 “재계약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염 감독은 우승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한 시즌 동안 정말 어려움도 많았고 부상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고생했다”며 “어려울 때마다 팬들이 저희를 위해 뜨거운 응원을 해줬다. 오늘의 주인공은 팬 여러분”이라고 크게 소리쳤다.

차가운 현실 감각으로 시작해 뜨거운 신뢰로 끝난 시즌, 염경엽의 LG 야구는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송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