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AI 기술 경쟁의 화두를 ‘스케일’에서 ‘효율’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구조적 혁신을 통해 최적화된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GPU는 늘어나지만 메모리가 병목이 되면 성능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SK하이닉스는 초고용량 메모리 칩과 낸드 개념을 도입해 돌파구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이제는 더 이상 HBM 개발 속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가 충분히 준비돼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병목 해소를 위해 대규모 증설에 나선다. 내년 청주 M15X 신공장이 가동되며, 2027년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된다. 최 회장은 “용인에는 초대형 팹 4개가 들어가고, 하나의 팹은 청주 M15X 공장 6개 분량”이라며 “완공 시점에는 M15X 24개에 해당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요청한 HBM 수요는 월 90만장 규모로,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한다. 최 회장은 “수요를 다 대응하지 못하면 고객 비즈니스가 멈출 수도 있다”며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책임 있는 공급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메모리 공급 외에도 ‘AI 인프라’와 ‘제조AI 활용’을 더한 3대 AI 솔루션을 발표했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을 찾는 것이 SK의 미션”이라며, 전력과 시스템, 운영까지 포함한 데이터센터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가산에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울산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천안에는 오픈AI와 공동 인프라를 추진 중이다.
AI 활용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 소개됐다. 최 회장은 “AI의 문제는 AI로 푼다”며,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활용한 가상공장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향후 완전 자율형 제조 시스템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글로벌 주요 파트너들의 영상 메시지도 공개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SK와의 파트너십은 한국과 세계 AI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장기적 협력”이라며 “AI 어시스턴트가 개인화되는 미래에는 막대한 인프라와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앤디 제시 AWS CEO는 “한국 기업들은 빠른 혁신과 복잡한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며 “SK와 구축 중인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그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 모든 전략은 SK 혼자 할 수 없다”며 오픈AI, 엔비디아, AWS 등과의 글로벌 연합을 강조했다. AI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SK는 기술력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 공급자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